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Sep 13. 2022

10년 전의 나를 만난다면

타임머신은 없겠지만

타임머신 있으면 타고 십년 후에 갔다오고 싶다. 진짜.

2011.06.04



얼마 전 싸이월드의 다이어리가 복구되었다고 하여 접속을 했다. 싸이월드 일기장 속에 마지막으로 남겨져있던 일기는 딱 한 문장이었다. 10년 뒤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던 23살의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때의 나는 미국으로 1년 간의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졸업을 한 학년 정도 앞두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절. 미래의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보고 온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르는 상태가 주는 불안감이 늘 있었다. 그저 열심히 공부를 하면 되었던 고등학생을 지나, 대학생이 된 나는 욕심이 참 많았다. 사실 욕심이 많다는 말은 무언가 하나를 딱 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최대한 여러 경험을 하며 가장 많은 문들을 열어놨던 나는, 반대로 어떤 미래도 확실하게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방송 일도 하고 싶었고, 화장품도 좋아했고, 외국계 기업에도 가고 싶었고, 광고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완벽하게 선택하지는 못했던 23살의 나는 10년 뒤를 보고 오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무언가가 되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 모두 각자의 길을 찾고, 하고 싶은 게 명확해 보이는데 나는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그런 불안도 있었다.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나를 선택해주는 누군가에 의해서 내 삶이 결정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늘 느꼈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했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고 있지 않으면 내가 삶에게 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만히 있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20대를 보냈다.


10년보다 더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일을 시작한지 10년도 더 된 30대 중반의 직장인이 되었다.

만약 10년 전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고민하며 적어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번아웃이 온 당신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