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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Aug 13. 2024

다시 시작 - 호주의 오픈 클래스, 에필로그

지난주 아들의 학교 오픈 클래스에 다녀왔다. 아들은 초등 4학년이며, 시드니의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보통 오픈 클래스에서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작성한 공책을 살펴보고, 벽에 걸린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장을 느끼며 아이들을 칭찬해 주고, 선생님과 간단히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 끝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오픈 클래스는 달랐다.


올해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이 시스템을 바꿨는지, 담임 선생님마다 오픈 클래스를 다르게 진행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오픈 클래스는 확실히 더 창의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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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이른 시간에 오픈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참석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내가 교실 앞에 도착했을 때는 나를 포함해 3명의 부모만이 교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 오픈 클래스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듯 보였다. 마치 스쳐 지나가는, 의무 같은 행사로 여기는 듯했다.


종이 울리자 교실 문이 열렸고,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뭔가 다른 점이 느껴졌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한 팀이 되어 함께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모들은 새로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같았고, 아이들은 이들을 안내해 주는 선배처럼 보였다. 아들도 이날은 좀 더 고학년의 형처럼 느껴졌고, 나를 이끌며 교실로 들어가서는 오늘의 활동을 설명해 주었다.


교실의 책상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 그룹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나는 그가 배운 내용을 그대로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호주의 교육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호주, 특히 시드니의 우리 아이들 학교에는 교과서가 없어서 오픈 클래스에 참석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날의 오픈 클래스는 나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실, 활동을 진행하면서는 내가 어떤 과목을 배우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과학인 줄 알았던 것이 수학과 관련이 있었고, 수학인 줄 알았던 것이 게임으로 변했고, 미술인 줄 알았던 것이 역사와 연결되었다. 하나의 활동을 통해 여러 과목을 동시에 배우는 중이었다.







아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동안, 부모가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은 바닥에 앉아 Creative Writing을 하고 있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고3인 딸이 소설 쓰는 과제를 할 때가 떠올랐고, 그리고 깨달았다. 그 소설 쓰기의 시작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음을, 아이들이 그 과정을 재미있게 즐기며 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부모의 입장이 아닌, 초등 4학년 학생으로 교실에 함께 앉아 수업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호주 교실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호주 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교육 과정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학 과정으로 이어지는지 깨달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들의 오픈 클래스가 있던 날, 초등교육이 고등교육, 그리고 대학교와 대학원 과정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아들의 배움을 통해 내가 대학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이제야 알 듯한 기분도 들었다. 호주의 교육을 거꾸로 이해해가고 있는 듯하지만, 그 시작점을 이제 몸소 경험했으니, 앞으로도 이 과정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수업을 받으면서, 아들과 좀 더 친해진 기분도 든다. 몬가 우리만의 비밀이 생긴듯한 기분이랄까. 누나도 모르는, 아빠도 모르는 우리만의 특별한 날.









이 글을 마지막으로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브런치북를 마무리 짓습니다. 그동안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를 라이킷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저 또한 30편의 호주의 경험들을 글로 발행하면서, 좀 더 호주라는 나라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호주생활이 좀 더 편해졌으며 더 나아가서는, 저 스스로를 더 성장시킨 듯합니다. 호주의 이야기의 브런치 북은, 좀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한 후 조만간 후속 편으로 다시 오픈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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