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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an 09. 2024

꿈, 빛, 칸딘스키

메이페이퍼 ㅣ 나의 삶은 동화다 ㅣ 09


에잇! 컬러꿈을 꾸고 있었는데

알람이 꿈에서 날 끄집어냈다!

기억에서 날아가버렸다!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려 해도 들어가지지 않는다!




어! 뭐지?

칸딘스키 그림이 내 앞에 나타났다!

일단 카메라셔터를 눌렀다.

이게 꿈이 아닌 건 분명했다.  



아! 빛이다.

이 빛은 어디서 온 거지?



아! 아들이 방문을 열어놨네.

그제야 잠에서 깬다.

얼마 전 칸딘스키 그림을 보고 그 오묘함에 사로잡혔던 나를 위해

칸딘스키가 이리 내 앞에 빛의 삼각형과 동그란 물방울을 보여준 건가?







2주 전, 칸딘스키 전시회를 다녀왔다. (시드니 NSW 아트 갤러리)



"컴포지션 (구성/작곡) 8"

왠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그런 기분이었다. 기하학무늬들이 가득한 그의 그림은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을 듯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제목을 봐도 이해되지 않았다. 파란색 그림에는 제목도 “파란 그림". 누군가 나에게 와서 그림에 그려진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그림을 보는 내내 답답했었다. 전시회를 다녀와도, 그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검색을 해도 누구 하나 확실하게 알고 있는 이가 없었다.


칸딘스키를 만나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음악을 표현하는 그림도 많이 그리셨는데, 그때 어떠한 음악을 듣고 계셨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 음악을 들으며, 그림감상을 하면 좀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읽고 있는 로댕의 책과 같은 깊은 철학도 그의 그림에 담겨 있겠지? 그러니 사람들이 그를 위대한 추상화가라 부르고, 그의 그림을 명작, 걸작이라 칭하겠지. 예술에 대한 그의 철학에 대해서도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특히, 선, 도형 그리고 색에 대해서.


그런 와중에 새벽에 맞이한 빛 삼각형과 동그라미는 왠지 칸딘스키가 나에게 보내준 메시지 같았다. 그 빛을 통해 그의 그림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힌트를 준 듯했다. (사실 나에겐 엄청난 소름이었지만, 우연이라 치겠다.)


정신을 차리고, 전시회에서 사 온, 그의 그림 카탈로그북을 더 자세히 살펴봤다. 1920년대의 그림엔 역시나 삼각형과 동그라미가 많이 등장했다. 빛의 힌트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궁금했다. 그에게 삼각형과 동그라미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나에게도 칸딘스키의 눈이 있나 보다.


아름다움에 움직이는 눈.







한참 동안 새벽의 어둠과 빛을 사진으로 담았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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