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가기로 했다. 루틴 시작!] 새로운 브런치북을 매주 일요일 발행합니다.
이것은 내가 계획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강요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르게 결정을 내리게 된 일이었다.
사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도 기록해 두었지만, 여기에서는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 글을 쓰고 나서 생각이 더욱 정리되었고, 몇 가지 새로운 요소들도 추가되었다. 그때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면서 준비 과정이 더욱 선명해졌고, 스스로도 조금씩 진화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유학원에서 받은 한 통의 이메일이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그 이메일에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 대학원 졸업 후 받은 졸업 비자(485) -를 아들의 학생 비자로 변경할 때, 호주 밖으로 나가 새로운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비자를 새로 신청하고, 그 오퍼를 받을 때까지 아들(현재 초등 4학년)은 호주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였다.
이는 새로 바뀐 이민법으로 올해 7월에 새로 추가된 사항이라 했다. 순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아들이 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왜 하필'. 하지만 금세 나의 생각은 긍정적으로 변하였고, '그럼 아들에게 3-4개월의 긴 방학이 생긴 거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우리가 어디에서든 머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기분까지 느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한국 말고, 다른 나라로 가보자." 거의 1분 전까지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대상은 자연스럽게 영국이었다. 영국은 30년 전 그곳에 방문하면서 내 마음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작은 불씨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또한, 내가 호주로 오면서 영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할 때, 영국에 사는 영어 튜터와의 약속이 있었다. "내 영어가 유창해지면, 영국에 가서 하루 종일 너와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자!" 이 약속은 우리 수업의 하나의 목표가 되었고, 나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의 원천이 되었다. 지금은 그 튜터가 헝가리에 거주하고 있지만, 그와 자유롭게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한편 일러스트에 대해 진지하게 몰두하기 시작하면서는, 나는 영국에서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과정들을 검색하며 영국의 일러스트를 배울 수 있는 나의 오래된 꿈을 더욱 구체화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디지털 화면 너머로는 채워지지 않을 갈망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단 일주일이라도 시간을 내어 영국에 직접 가서 현장에서 배우고 오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나의 작은 꿈을 현실로 옮길 시점으로 생각한 시기는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였다. 그렇게 어렴풋이 마음속에 그려 두었던 계획이, 예상치 못한 3-4개월의 공백을 맞이하며 오히려 기회로 다가왔다.
이제 나는 단순한 상상이 아닌, 이 가능성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한 발 한 발 다가가고자 한다. 그 꿈을 중심으로 나의 일상이 서서히 변화를 맞기 시작했고, 글로 그 과정들을 기록하며 스스로에게도 이 꿈을 선언하게 되었다. 몇몇 독자들이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주었고, 그들의 응원은 내게 더 큰 용기와 함께 이 꿈을 반드시 현실로 만들어야 할 책임감을 심어주셨다.
첫 번째 준비는 루틴 설정이었다. 나의 일상에 작은 습관과 변화를 더해 가며, 꿈을 구체화하기 위한 계획들이 머릿속에 하나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모든 계획의 기준은 오랜 시간 품어 온 이 꿈을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첫째, 영어 실력 향상. 언어는 나와 세상을 잇는 다리이자, 내가 경험하려는 새로운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게 해 줄 열쇠이다. 나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고, 타인의 말을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곳에서의 모든 경험이 흐릿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존재를 당당히 표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깊이 공감하며,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매일 더 나은 언어 능력을 쌓아 가는 것이 필수였다.
둘째, 체력 관리. 익숙하지 않은 환경, 새로움과 긴장 속에서 버텨내려면 건강과 체력이 필수적이다. 영국에서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려면 내 안에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지금의 체력으로는 아마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더 강하게 단련하고, 여행과 배움의 시간 동안 내 몸이 나의 여정을 지탱해 줄 수 있도록 체력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결심에 이르렀다.
셋째, 일러스트 준비. 예술을 배우고자 하는 나의 열망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영국에서의 시간이 그저 잠깐의 경험이 아니라, 내 작업과 철학을 더욱 깊게 채워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내 손과 마음이 그곳에서 제대로 표현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고 실력을 키워 가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재정적 준비. 꿈을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 현실적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재정이다. 마음껏 경험하고 배우며, 내 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는 내 계획을 안정감 있게 이어 갈 수 있는 기둥이 되어 줄 것이다.
이외에도 작은 것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물론 모든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영국에서의 삶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그저 한순간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의 모든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내가 더 단단하게 성장해 가야 한다고 느꼈다. 하루하루 나는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더 나은 모습으로 이끄는 여정이 될 것이다.
사실, 이렇게 설레며 이야기하는 영국 여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다. 그것이 3-4개월의 일러스트 수업을 위한 시간이 될지,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의 소박한 생활이 될지, 혹은 10개국을 넘나드는 유럽 여행의 일부가 될지 불분명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1년 후에는 영국에 있을 것이고, 그곳에서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일러스트 수업을 수강하리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지금의 나는 그 방향으로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은 나의 삶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나의 최종 목표는 그렇게 뚜렷한 모습으로 정해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딘가에 희미하게 남겨 두면서, 나 자신이 그 꿈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온전히 즐기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목표를 몇 가지 적은 다음, 이에 대한 욕망을 놓아 버렸다.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순서다. 목표를 확인한 다음, 목표에 대한 바람을 놓아 버린다. - 놓아버림, 데이비드 호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