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영국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루틴을 새로 시작한다.
이렇게 브런치북의 제목을 정하고 첫 번째 글도 이와 관련하여 썼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영국행은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물론 큰 이변이 없는 한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 목표에만 집중하며 모든 일상을 그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번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오랜 시간 품어온 꿈,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은 지금도 내 안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언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꿈을 지금 당장 꼭 붙들고 있지 않아도, 그것은 언젠가 나를 향해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영국행'이라는 주제를 계속해서 꺼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목표는 단순히 먼 미래의 지향점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삶에 강렬한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처럼 작용하고 있다. 영국이라는 목표를 떠올리며 나는 마치 오래된 방의 가구를 재배치하고 새로운 빛을 들이는 것 같은 작은 나의 일상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조금씩 다져가는 중이다.
더 나아가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루틴 자체가 나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매일 반복하는 습관들은 더 이상 단순히 행동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내 하루를 의미 있게 채워주고, 나 자신을 더욱 깊고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으로 변하고 있다.
진정한 목표는 영국이라는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1년 동안의 과정에서 다져지는 새로운 태도와 루틴을 통해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있다. 이 루틴을 성실히 완성해낸다면, 그것은 영국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더 값진 선물을 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내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루틴을 세우고 지키려는 이유는 미래를 위한 성취를 넘어선다. 지금의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미세하게 금이 간 채로 살아왔다. 그 균열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어느새 점점 벌어져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그 틈새를 메우고, 나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때라는 것을 느낀다.
또한 매일의 루틴은 '영국행'의 성취감을 얻기 위한 수단만으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내 삶의 조각들을 하나로 엮는 실과 같다. 그러하기에 루틴의 각 항목마다 분명한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전치사 공부를 제대로 다시 시작한 이유는 나의 영어 표현력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어서다. 나는 원어민들이 매일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표현을 익히지 못한 채, 오랫동안 아카데믹한 영어에만 익숙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전치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고, 그들의 의견을 더 폭넓게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은 내가 전치사 공부를 통해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영어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또한, 쉬운 영어책을 하루에 한 페이지씩 큰 소리로 읽고 외우는 루틴은 나의 잘못된 대화 습관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짧고 단순하게 답변하는 데 익숙한 나는 대화의 흐름을 풍성하게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능력을 키우고, 길고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고와 표현 방식을 갖추기 위해 나는 이 연습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려는 이유는 내가 빠르게 필요한 것만 익히던 방식에서 생긴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다. 그동안 내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지나쳤던 부분들이 이제 나의 가장 큰 구멍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내 언어 사용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더 이상 그 틈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결심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모든 빈틈을 채우고, 영어라는 도구를 머뭇거림 없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내가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정확한 기초를 다지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내가 새로운 루틴들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영국행'이라는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다시 구성하고, 내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방향표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루틴을 실천하는 시간을 통해 내 삶의 방식과 철학을 재정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영국행이라는 목표는 언젠가 내게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만들어질 1년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세운 작은 약속들을 하나씩 실천하며 나 자신에게 믿음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나를 위해 영국이라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확신한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순간의 연속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들을 통해 나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루틴은 단순한 행동의 반복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 결정짓는 과정이다. 그 여정을 통해 나는 나 자신과 화해하고, 내가 세상과 맞서 싸우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