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의 유산 프로젝트>에 참여 중입니다.
아이야,
‘세일러문’이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니? <달의 요정, 세일러문>. 엄마가 어렸을 때 정말 좋아했던 만화에 나오는 캐리턱의 이름이야. 요즘 다시 영화관에서도 상영되고, 네*릭스 같은 곳에서도 새로운 시리즈로 만들어져 방영되는 걸 보면, 여전히 MZ세대에게도 사랑받는 캐릭터인 듯해.
혹시 너는 아직 잘 모를 수도 있으니, 잠깐 이야기해 줄게. 세일러문, 본명은 '세라'라는 평범한 중학교 3학년 여자아이야. 조금 덜렁대고, 눈물도 많고, 성격도 조금 엉뚱하지만, 어느 날 ‘루나’라는 신비한 고양이를 만나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져. 루나 덕분에 ‘세일러문’으로 변신하게 되고, 그때부터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정의의 세일러 전사가 되는 거야.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이 유명한 대사를 외치면서 말이지.
그런데, 엄마가 왜 갑자기 만화 이야기를 꺼냈냐고? 그건 말이지, 그 만화 속에 늘 반복되는 한 장면 때문이야. 세라가 세일러문으로 변신할 때가 되면, 언제나 휘리릭 돌면서 변신하는 장면이 등장하거든. 세일러문을 둥글게 감싸는 회전의 힘이 꼭 특별한 의식처럼 반복되지. 너도 알지? 이런 장면은 다른 만화에서도 자주 나왔으니까. 어릴 적 네가 좋아했던 로보카 폴리, 시크릿 쥬쥬 같은 만화에도 항상 있었잖아.
마치 마법처럼, 그런 거 있잖아, 만화에서 갑자기 빛이 퍼지고 회오리가 치면서 캐릭터들이 변신하는 순간! 엄마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진짜 짜릿했어. 왠지 내가 그 캐릭터가 된 것 같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그런데, 요 며칠 전, 엄마는 그 장면을 떠올리다가, 문득 또 다른 생각이 들었어. '변신'이라는 건 단순히 겉모습만 바꾸는 게 아니구나. 그 회전하는 순간들처럼, 그 안에 더 깊고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구나. 그게 바로 ‘성장’이 아닐까? - 그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 그리고 그걸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과정들 말이야. 변신 장면 속 회오리가 점점 더 크고 강하게 강하고 퍼져나가듯, 우리도 그런 반복되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넓어지고, 더 깊어져 가는 거지. 엄마는 그게 바로 '나선형 성장'의 과정과 같다 생각했어. 회오리는 겉으론 늘 비슷해 보여도, 그 나선형의 흐름을 한 번씩 지날 때마다 우리는 어느새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거든.
사실 이 ‘나선형 성장’이라는 말, 일상에서는 자주 듣기 어려운 표현일지도 몰라. 그래서 너한텐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예술이나 자기 계발, 철학, 명상 같은 분야에선 꽤 자주 등장한단다. 삶이 단순히 일직선으로 자라나는 게 아니라, 돌고 돌아가며 더 넓어지고 높아지는 과정이라는 걸 이 나선형이라는 이미지가 참 잘 보여주거든.
엄마도 이 개념을 처음 알게 된 건 새벽 독서모임에서였어. 그때의 깨달음이 꽤 크게 다가왔는지, 그날 아침 곧바로 ‘나선형 성장’에 대한 그림을 그렸단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엄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그 의미를 직접 느끼고, 때로는 울고 웃으면서 이 나선의 흐름을 조금씩 더 깊이, 온몸으로 경험해 가고 있어.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누군가의 이론이나 설명이 아니라, 엄마가 직접 지나온 시간 속에서 발견한 엄마만의 이야기로 말이야.
너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네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이 ‘나선형 성장’에 대해 좀 더 다양하고, 넓고, 깊게 함께 나눠보고 싶단다.
이 이야기가 언젠가 너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그걸 알고 가면, 엄마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을 거야.
첫째, 회오리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지는 운동을 해. 중심에서 시작해 바깥으로 점점 넓게 퍼지는 거지. 이를 성장에 비유해 본다면, 내면에서 시작된 변화가 점차 외부로 확장되는 성장 과정과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어. 개인의 깨달음이나 성장이 내면에서 시작되어 삶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처럼 말이야.
둘째, 회오리는 단순히 제자리에서 도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면서도 전진하는 움직임이야. 이는 되풀이되는 것 같지만 실은 한 단계씩 나아가는 진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어. 인생의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도 조금씩 더 깊고 넓은 이해로 나아가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겠니?
셋째, 회오리는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과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의 균형을 가지고 있어. 중심의 압력(중심을 향한 힘)과 원심력(밖으로 퍼지는 힘)의 균형 속에서 유지하는 거지. 이는 성장에 필요한 수축과 확장, 통제와 해방의 조화를 보여주는 건 아닐까? 다시 말해서, 자기 성찰과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함께 작용할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어.
넷째, 회오리는 겉으로는 불안정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질서와 구조가 있는 움직임이야. 겉보기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회오리는 수학적으로 정교한 패턴(피보나치수열 등)(주)을 따른다고 해. 그러니, 우리의 삶 속의 성장도, 혼란스러운 시기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질서와 의미가 작동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거지.
다섯째, 회오리는 중력, 바람, 물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생성되는 움직임이야. 회오리는 자연에서 다양한 힘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거지. 이는 성장이 단일한 요인에서 비롯되지 않고, 다양한 관계와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고, 한 사람의 성장은 개인 의지뿐 아니라 주변의 영향, 타인과의 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어.
이런 회오리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엄마는 사람마다 꼭 네 가지 회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 네 가지는 각기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단다.
첫 번째 회오리는 탄생과 성장에 관한 거야.
두 번째는 내면의 성장을 위한 것이고,
세 번째는 내가 속한 환경 속에서의 성장을 담당하지.
이 모든 과정은 반복되면서 나선형의 길을 따라 이어져 나가는 거야.
좀 더 간단히 말하면,
먼저 너 자신을 만들어 가고,
그다음 네 안에 하나의 회오리를 품고,
또 너가 또 다른 회오리가 되어
끝없이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 같아.
이처럼 회오리는 우리 성장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지만 강한 힘이 되어, 매번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해 주는 거란다.
엄마의 이야기를 잘 따라오고 있니?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대신,
엄마가 말하는 회오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너의 삶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구나.
엄마가 다음 편지에서 또 이야기해 줄게.
(주) 피보나치 수열 : 피보나치 수열은 각 항이 바로 앞의 두 항의 합인 수열. 수열의 첫 두 항은 0과 1로 시작하며, 그 이후의 항들은 이 규칙을 따라 계산된다. 예) 0, 1, 1, 2, 3, 5, 8, 13, 21, 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