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 네가 바로 블랙스완』에 실린,
모카레몬(시인 김경숙) 작가의 서문입니다.
하얀 계절이 서성이던 가로수길에 겨울 햇빛이 녹아내리는 오후,
2025년 1월 18일. 『엄마의 유산』의 저자, 김주원 박사가 마련한 <위대한 시간> 소식을 접한 후, 무언가에 이끌리듯 긴 여행을 잠시 미루고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50여명의 사람들은 카페의 통창 너머에서, 해외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의 30여명은 온라인에서, 생의 목차에서 길을 찾는 간절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몸과 마음으로 먼 곳을 달려 온 80여명은 꿈의 페이지가 한 장씩 넘어가는 감동과 설렘을 가슴 가득히 느꼈지요. 그 감격은 진동으로, 진동은 모두의 공명으로 이어져 진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1주일 후인 1월 25일 또 한차례 2차 온라인 만남으로 떨리는 공명이 배가 되었습니다. 이 날의 떨림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리고 시작되었습니다.
2월부터 7월까지, 6여 개월 동안 『엄마의 유산』의 ‘계승’을 위해, 평범하기 그지없는 엄마들이 의기투합했습니다. 불안한 21세기를 살아갈 자녀에게 ‘삶에서 이것만은 알길 바라는 정신’을 엄마의 간절한 바람으로 편지에 쓰기로 했습니다. 시대적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할 자녀를 위해 삶의 통찰, 인간에 대한 사랑, 관계를 통한 공감. 이 시대 엄마라면 누구라도 하나씩은 지니고 있을 ‘엄마의 정신’을 ‘유산’으로 남기자는 뜻이 모아졌습니다. 그렇게 김주원 박사의 『엄마의 유산』에 이어 ‘함께 쓰는 엄마의 유산’을 위해 30여명의 엄마들이 일을 냈습니다.
그저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엄마들입니다. 그렇게 6개월, 엄마의 정신을 담은 편지를 계승하는 쓰기의 여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었고 드디어 7월, 12명의 엄마들 편지를 시작으로 2권의 책이 탄생했습니다.
워킹맘, 여성임원
디자이너, 교육학석사
교육자, 마케터, 회사원
그래픽 디자이너, 교사, 작가
비영리단체 활동가, 주부, 북디자이너
교수, 박사, 코치, 일러스트레이터, 세타힐링 프렉티셔너
우리의 공통점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엄마라는 사실입니다.
엄마란 이름은 상수처럼 변할 수 없는 생의 값이고 운명입니다.
우리의 차이점은 여러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엄마의 역할은 변수처럼 언제든 주어진 역할을 감당할 수 있지요.
『엄마의 유산』 첫 번째 시리즈에 참여하신 엄마 작가들을 한 분씩 소개하는 제 마음이 떨립니다. 이들의 편지 속 단어와 문장은 그냥 쓰여진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지요. 지난 6개월간의 여정에는 자신과 눈물로 씨름하던 새벽과 밤이 있었거든요. 『네가 바로 블랙스완이야』에 참여한 6명의 엄마 작가를 소개합니다.
강해정 작가는 오르기 위해 반드시 내려가야 하며, 내리막 없이는 오르막이 없다고 전합니다. 인생에서 내리막길을 잘 내려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모두에게 주어진 절대시간을 상대 시간으로 가치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 시간지기를 고용하라는 특유의 통찰을 담았습니다. 그녀는 군복무 중인 아들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두 자녀의 엄마입니다.
김주현 작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만큼 잠재성을 마음껏 끌어내기 위해 세상 어디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용기를 품고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부탁합니다. 의미 있는 의존과 자립의 힘이 자신을 넘어, 주변 사람들과 세상에 선한 영향력으로 퍼져나가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지요. 자연이 아름다운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는 그녀는 4살 외동딸을 둔 엄마입니다.
김채희 작가는 태어날 때부터 마음속에 천국을 건설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마음의 천국을 짓는 실천 방법을 전했으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선한 부자’가 되기를 부탁하고 부의 연금술을 일러주었습니다. 자녀의 귀한 원석을 찾아내고 싶은 그녀는 대학생과 중학생, 두 딸의 엄마입니다.
서유미 작가는 사랑하는 딸이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후, 발달장애라는 틀에 가둬놓은 엄마의 편협한 인식과 기준을 통회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시작했습니다. 블랙스완의 날갯짓으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슈퍼지렁이를 통해 제자리를 지킨 자의 초월적 힘을 강력하게 전한 그녀는 6살 외동딸을 둔 엄마입니다.
정아라 작가는 ‘아이가 12살이 되기 전에 해봐야 할 50가지’ 놀이를 어려서부터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경험을 통해 얻은 체험적 지식이 이론적 지식과 통합되어 성장하는 삶 속에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과 세상에서 유일한 자기만의 고유성을 가지고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비영리단체의 일을 매우 사랑하는 그녀는 갓 스무 살이 된 자녀가 있는 엄마입니다.
정근아 작가는 대학생이 된 딸에게 새로운 세상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이므로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질문하고 사유하라고 권합니다. 사유의 시간 4단계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필요한 5가지 회오리로 나선형 성장을 그녀만의 철학으로 정리하여 편지를 썼습니다. 이와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곤조곤 알려주는 그녀는 대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엄마의 유산』을 비롯한 건율원의 모든 편집과 디자인을 기획하여 책을 제작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김주원 작가의 『엄마의 유산』은 그녀가 아들에게 쓴 편지가 계기가 되어 탄생했습니다. 이후 계승되어야 할 엄마의 정신으로 공저를 기획하며 엄마작가들의 삶과 글이 연결될 수 있도록 편지 한통한통마다 정신을 담기 위한 인문학 길라잡이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코칭과 강의를 통해, 글은 정신의 메스이자 혼(魂)의 공유임을 강조하며, 실천을 통해 얻은 것을 나누는 교육자의 행위를 귀하게 여깁니다. 대학생 딸과 아들을 둔 두 자녀의 엄마입니다.
그리고 서문을 쓰고 있는 김경숙 작가인 저는 유일하게 엄마가 아닙니다. 아내의 이름은 있으나 아이를 잃고 태가 닫힌 아픔이 있습니다. 쓰기와 의미를 잇는 실천적 삶을 살고 싶어서 시를 쓰고 창작활동을 합니다. 있어서 소중함도 알지만, 없어서 더욱 고귀함의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 교육이 일어나는 첫 장소인 엄마의 품과 가정의 중요성을 알고 엄마들의 귀한 정신이 잘 계승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 이 글을 쓰고 엄마와 자녀들을 위한 12편의 시를 헌시합니다.
우리는 삶의 모범답안이 없습니다.
김주원 박사는 『엄마의 유산』에서 젊은 날의 모든 씨앗부터 열매는 어느 것 하나 버려지지 않고 자녀를 위해 마련된 드넓은 대지의 양분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녀를 시작으로 함께 하는 공저 『엄마의 유산』는 자녀에게 엄마만이 줄 수 있는 정신을 절실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이 시대 모든 MZ세대를 위한 편지입니다.
벗어날 수 없는 엄마의 숙명이 밖에서 안으로, 허물어져도 괜찮을 인식이 내면에서 정신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호주, 미국, 뉴질랜드에서 밤과 낮을 릴레이 하며 엄마이기 이전의 ‘나’와 만나고, ‘자녀’를 진정으로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글로 삶을 나누니 나의 눈물과 그대의 고통이 우리의 아픔으로 공유되기 시작했죠.
쓰는 양이 쌓여서 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보이지 않는 이면의 것을 볼 수 있는 힘도 생겨났습니다. 이해한 만큼 소유하게 되는 정신이 ‘쓰게 하는 힘’을 만들었습니다. 엄마의 자리에서 우리는 견디고, 살리고, 세우는 삶을 살고 있는 존재들이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너와 나와 우리를 만나게 되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솟구치며 흐르는 눈물을 서로가 바라보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어린 자녀를 두거나 결혼하여 분가한 자녀를 둔 작가들의 연령 분포는 다양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땅에 태어나 발달 과업에 맞는 교육편제에 적응하며 살았습니다. 생애주기에 따른 삶의 양식에 순응하며 살았지요. 부모님 세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답습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자신’을 만나고 ‘자녀’의 본성을 새롭게 찾아가는 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오르막길을 잘 오르고 싶었지만 내리막길을 모른 척했고
마음에 천국을 짓고 싶었지만 지옥으로 만들기가 쉬웠고
고유한 나만의 길을 원했지만 뒤로만 가는 착각에 휩싸였고
사회생활을 잘하고 싶었지만 관계의 실체를 파헤치지 못했고
나아가길 원했지만 낡은 인식과 기준으로 두려움에 차 있었던
배움이 공부와 같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삶과 연결 짓지 못했고
자립을 원했으나 정신의 힘이 약해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저항하고 싶었지만 관습에 길들여져 순응과 적응에만 민첩했고
공부를 잘하고 싶었지만 왜 해야 하는지 제대로 질문하지 못했고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 믿었지만 타인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고
푯대를 향하지만 환경을 탓하면서 무기력과 패배에 빠져 있었고
성장하고 싶었지만 괴롭고 두려워 낯섦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인 자신들부터 내면의 바닥을 발견하곤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없는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쓰는 행위 이면에는 우리들의 육체적, 정신적 현주소를 읽어내는 맥락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습관과 인식을 깨는 치열한 과정이 저마다의 무늬로 새겨져 있습니다. 살아온 생의 껍데기가 얼마나 두터운지 그리고, 얼마나 단단한지 알고 있기에 고통스러운 저마다의 골방에서 눈물을 닦아야만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만은 환경을 뛰어넘는 위대한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지요. 새벽을 깨우고, 책을 읽고 쓰며, 엄마로서 기준과 역할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일과 가정의 대소사를 모두 챙겨야 하는 일상은 일정한 시간을 밀도 있게 녹여내야 했고, 자발적인 고립도 결단해야 했습니다. 쓸데없이 보내는 시간과 물질도 관리하기 시작했지요. 나부터 세우기 시작하니 힘들기만 했던 것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삶을 체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책을 쓰는 줄 알았는데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만나고
자녀를 찾아가게 되는 우리를
서로가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쓰기 시작한 자리에서
그만둘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순종하며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했지요.
우리가 답습한 틀에 박힌 인식을 걷어내고,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자녀를 위해
간절한 바람을 편지에 담아냈습니다.
이 편지는
우리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보셔도 좋은 책입니다.
또한, 『엄마의 유산』의 공저를 위해
새로운 작가들이 대기하고
엄마의 정신을 계승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흰 빛이 가득한 겨울을 보내고, 초록빛이 무성한 여름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편지를 쓰는 내내 작가들은 작가이자 엄마로서 ‘자신’을 만나고 ‘자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이 책은 만들어졌습니다.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자기안의 단단한 힘을 느끼고 엄마와 자녀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 깊이 공감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진솔한 마음들이 서로 따스하게 닿고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엄마가 남길 정신
엄마가 쓰는 편지
『엄마의 유산』 계승을 이제 시작합니다.
시인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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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14명이 모여 2권의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그 과정을 모두 공유하는 자리, <위대한 시간 2>에 브런치 작가, 독자분들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