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https://brunch.co.kr/@maypaperkunah/793)에서
나의 그림 철학을 이야기하며 ‘자연의 대법칙’이라는 말을 언급한 바 있다.
뜬금없이, 어느 날 갑자기, 자다 깨어나는 나에게 던져진 문장이었다.
덥석 받았다. 나에게서 달아날까 봐 움켜쥐었다.
"자연의 대법칙대로 성장하라."
‘자연의 대법칙? 그게 뭔데?’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다.
평소에 전혀 쓰지 않는 표현일 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들어본 적도,
책에서 본 적도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연의’ 대법칙이라니.
내가 그걸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지?
그렇게 여러 질문을 품은 채 시간이 흘렀고,
몇 달이 지난 후, 지난 10일 동안
나는 비록 “그림에 집중했다”라고 말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 ‘자연’ 그 자체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
“자연, it just is what it is” ―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본질.
나는 무엇을 그리려 하는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자연’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자연의 대법칙은 과연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사유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 나름대로의 답에 닿게 되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그동안 지속해 오던 글과 독서의 일상에서 벗어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였다. 어제의 글 제목처럼, 빠져나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마치 바닷속에 있는 물고기가 바다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인문학과 철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나의 삶 안에서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이전에는 분리되어 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비추기 시작했고, 각각의 본질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러자 마침내, 모든 것의 연결 고리까지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억지로 분석하거나 이해하려고 애써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힘을 빼고 자연을 마주하자, 저절로 드러나기 시작한 진리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바라보는 순간, 나는 비로소 ‘자연의 대법칙’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자연 —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을 아우르는 실재 그 자체. 나무, 바다, 별, 생명, 물리적 법칙처럼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는 것.
기하학 — 자연 속 형태와 비율, 구조의 패턴을 수학적·공간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
과학 — 자연과 그 구조를 법칙과 원리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방식.
인문학 — 역사, 문학, 언어, 예술, 철학 등을 포함한 인간 중심의 학문.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왔는지를 살피며, 인간의 세계 이해와 표현을 다루는 영역.
철학 — 인문학의 한 분야이자, 존재와 지식, 가치, 도덕을 근본적으로 사유하는 힘.
‘우리는 왜 자연 속에 존재하는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묻는 학문.
그동안 나는 인문학과 철학에 집중하며 나에게 질문했고, 나를 관찰했고, 나를 이해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제 돌아보니, 그 모든 질문은 결국 기하학과 과학, 그리고 자연 전체를 포함한 사유의 흐름이었다.
즉,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자연을 해석하던 시선에서 벗어나,
‘자연 전체를 품고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진정한 ‘관조의 시선’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또한,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깊고 오랜 사유' 역시
자연을 관찰하고(자연)
그것을 분석하고 이해하고자 하며(기하학·과학)
세상을 해석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인문학)
그리고 그 끝에 이르는 성찰(철학)
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 관점으로 보면, ‘자연’이 가장 아래의 바탕이 되고, 그 위에 내가 하나씩 쌓아 올려 온 실천적 사유 ― 곧 철학 ― 이 놓이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받아들임과 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자리,
즉 있는 그대로를 품고, 있는 그대로를 펼치는 균형을 깨닫게 된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세상과 나 자신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자연의 한 부분인 ‘인간’으로서
비로소 자연을 자연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연을 자연스럽게 해석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이 생겼다.
자연이 그 자체로 존재하듯,
자연의 일부인 나 역시 그 자체로 존재하면 될 뿐이었다.
그것이 내가 찾은 ‘자연의 대법칙’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법칙 중 하나.
아마도, 그 무수한 대법칙 중 내가 가장 먼저 발견한 하나이다.
그리고 그 하나의 ‘자연의 대법칙’을 깨달음으로써 또 한 번 성장했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다시 얻는다.
2025. 08. 16 오늘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