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그리며 만나는 나의 방식

by 근아

매주 월요일 저녁, 온라인으로 수채화를 배운다.


예전부터 꼭 참여하고 싶었던 수업이었지만, 수업 시간이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지다 보니 아들만 집에 두고 나갈 수 없어 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 온라인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집에 있으면서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히려 아트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들을 때보다 교수의 손 움직임이나 디테일한 시범을 더 가까이에서 집중해 볼 수 있어, 이 방식이 오히려 더 나에게 맞는다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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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온라인 수업을 선택하는 데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크리스타 교수의 수업은 그저 화면 앞에서 시범을 보여주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시범 이전에 한 장의 사진을 두고 먼저 충분히 관찰한 뒤, 각자가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며 토론하는 시간이 핵심이다. 실제로 그러한 시간이 수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 과정에서 교수는 자신의 이론과 오랜 경험, 그리고 실전에서 얻은 감각과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왜 이렇게 그려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 준다. 덕분에 나 역시 ‘정답’을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그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붓터치 하나하나에 내가 선택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믿고 그리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흔들림 없이 그림에 몰입하게 된다.


어렸을 적, 예중과 예고를 다니던 시절, 입시를 위한 그림을 그리면서는 ‘잘 그리는 방법’을 찾는 데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렸는지, 어떤 색을 썼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따라 하려는 습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잘 그린 것’인지를 판단하기보다, 먼저 내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깊게 들여다본다. 철학적 사유까지 더해진다. 그리고 그 감각을 바탕으로 색을 고르고 붓을 움직인다. 어쩌면 이 수업은 수채화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기 이전에, ‘나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결정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바닷가의 바위를 그릴 때 ‘잘 그리는 것’보다는, 그 돌이 가진 질감과 무게감을 내가 느낀 그대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아직은 미완성의 그림이지만 꽤 만족스럽다. 그리고 바위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도 순간적으로 느끼기도 했다.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듯 보여도, 관찰하고 붓으로 표현하는 순간 그 안에 흐르는 질감과 형태, 무게감이 마치 숨 쉬는 듯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바위의 존재와 나의 감각이 서로 맞닿는 순간을 경험한 셈이다.


마치 바위와 대화하듯 그렸고, 덕분에 붓과 색이 자연스럽게 바위의 숨결을 따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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