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짝꿍

by 근아

한국에 온 지 3주가 되어간다.


호주에 있을 때는 슈퍼에 가든, 카페에 가든, 카운터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게 된다. 가벼운 인사가 오가고, 그 인사는 때로 짧은 스몰토크로 이어진다.


한국에 와서는, 버스를 타든 편의점을 가든 말없이 지나가는 순간들이 잦다. 그 고요함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한동한 익숙해져 있던 리듬과 조금 다를 뿐이다. 낯선 것은 풍경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반응하는 나의 감각이다.


그러던 중, 매일 이용하던 마을버스의 한 기사분이 승차하는 한 분 한 분에게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건네주셨다. 그 따뜻한 한마디에 나는 기사분과 눈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매일 마을버스를 타며 카드를 탭할 때마다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기사분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셨지만, 인사를 건넨다는 건 내가 할 일을 하나 마친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일이었다.


돌아오는 말이 없어도 괜찮았다.

그 인사로 나는 이미 충분했다.


그 인사는

나의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이 되었고,

나의 태도를 조용히 정리해 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만의 실험이 시작되었다.

내가 매일 인사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시작된 인사 실험.


처음 2-3일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사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가끔은 승객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흘, 닷새가 지나면서 한 분의 기사분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눌 수 있었고, 일주일이 지나면서는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로 응답해 주시는 기사분이 한분 두 분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실험을 시작하면서 나 역시 어느 정도의 기대는 하고 있었다. '인사가 공간의 공기를 조금은 바꿔놓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주 소박한 기대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마주한 변화는, 나의 마음이었다.


호주에서 건네던 인사와 달리, 한국에서의 인사는, 처음 기사분에게 받았던 그 따뜻한 경험이 너무 소중했기에 이번에는 나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행동은 누구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선택한 태도였기에, 망설이거나 걸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나아가서는

인사하는 즐거움이

나의 하루를 여는 첫 감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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