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가

by 근아

호주에서 디자인대학원을 다니면서 배운 디자인의 방향은

인간 중심의, 윤리적이며,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그 디자인의 시작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중심의 시작도,

윤리의 시작도,

지속가능함의 시작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무엇이 인간을 불편하게 만드는가.


인간은 일상 속 어디에서 멈칫하게 되는가.

어디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어디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가.


디자인이 마주하는 첫 지점은

인간이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느끼는 작은 불편함이다.


그 불편함은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아름다운 것을 만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리듬과 어긋날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보려는 태도,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비로소 디자인은 시작된다.





인문학을 배우며 느끼는 바도 이와 닮아 있다.


인간 중심의 삶,

윤리적인 삶,

지속가능한 삶은

새로운 가치를 더해 나가는 일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인간의 리듬을

다시 살펴보는 일에 가깝다.


내 삶에서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가.


나의 어떠한 지점이 다시 디자인되어야 하는가.






나도 자연이기에.

나는 자연을 바라보게 되었다.


자연은

더 빠르지도,

더 많지도,

더 아름답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그저 자기만의 리듬으로 존재한다.

계절이 바뀌는 속도도,

나무가 자라는 방향도,

생명이 머무는 시간도

모두 자연의 리듬 안에 있다.


인간의 불편함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쩌면 이 리듬에서 벗어났을 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디자인의 방식은,

자연의 리듬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조용히 조율하는 일이다.


문제를 급히 해결하기보다

그 불편함 곁에 조금 더 머물며

자연의 리듬을 다시

내 삶의 중심에 놓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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