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큐브

by 근아

작년 여름, 나의 성장에 집중하던 시기에 나는 ‘큐브’라는 사물에 나를 겹쳐 놓고 오랫동안 바라보는 실천을 했다.


정육면체라는 단순한 형태 안에

내가 서 있는 방식,

흔들리는 이유,

그리고 다시 균형을 찾는 과정을 겹쳐 보았다.


그 시간의 기록을 글로 남긴 적도 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10



그리고 요즘,

큐브가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지금의 나를 비추는 큐브는 어떠할까,

지금의 나에게 큐브는 어떤 의미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먼저,

하루의 흐름을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그림 1⟩


관찰, 사유, 실천, 성찰.


관찰은
바깥을 바라보는 일이자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사유는
보았던 것들을 곧바로 판단하지 않고
잠시 머물게 하는 시간이다.


실천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선택이며,


성찰은
그 행동이 나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다.


이 네 가지는
순서가 정해진 과정이 아니었다.


입력과 출력처럼,
생각은 행동으로 흘러가고
행동은 다시 생각을 불러온다.


정신의 활동과 신체의 활동은
서로를 나누지 않은 채
하나의 순환 안에 있었다.


끝이라 여겼던 결과는
다시 시작이 된다.





나는 이 흐름을
큐브의 옆면으로 세워보았다. <그림2>


나를 둘러싸며 형태를 유지해 주는 면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큐브의 바닥과 윗면은 무엇일까.

생각하자마자 떠오른 단어는 하나였다.


자연.



나는 자연 위에 서 있다.
자연의 대법칙 위에서
나의 하루와 선택들이 유지된다.


위에는 ‘나’가 놓여 있지만,
그 역시 자연의 한 면일 뿐이다.

자연 안에 잠시 머무는 나.

그래서 이 큐브는
억지로 세워지지 않는다.
버티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다.


관찰하고,
사유하고,
실천하고,
성찰하는 모든 과정은
자연이라는 바닥 위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더 쌓아 올리기보다
이미 서 있는 구조를
다시 바라보고 있다.


큐브는 여전히 단순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나는
이전보다 훨씬 묵직하고,
훨씬 단단하다.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것은
의지나 목표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가장 오래된 질서이다.


그 질서 위에

나의 지혜의 큐브가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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