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Gallery of NSW에서 열렸던 Ron Mueck*의 전시에 다녀왔다.
작은 체구의 인물부터 거대한 인간과 동물 조각까지, 인간의 사소한 일상이 극사실적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정교한 표현에 시선이 머물렀다. 피부의 결, 주름의 방향, 손끝의 긴장까지. 그러나 작품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문득 느끼게 되었다. 이 전시는 한 장면의 재현이 아니라, 하나의 생애를 펼쳐 놓은 공간이라는 것을.
탄생과 노쇠, 그리고 죽음.
고립된 몸과 관계 속의 시선,
고요 속에서 터져 나오는 울부짖음,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
서로 다른 크기의 조각들 앞에 설 때마다 내 존재의 크기도 함께 달라지는 듯했다. 거대한 인물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고, 작은 인물 앞에서는 오히려 나의 숨소리가 또렷해졌다.
몇몇 작품 앞에 오래 머문 뒤부터는 전시장 안의 사람들조차 그리고 내 옆에 존재하는 내 아들조차 하나의 예술 조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눈빛, 말없이 스쳐 지나가는 발걸음, 잠시 멈춰 서는 몸의 방향까지. 그리고 그 감각은 전시장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거리를 걷는 사람,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각자의 하루를 통과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마치 한 공간에 전시된 살아 있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 이후, 나의 일상 또한 달라졌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순간들이 더 또렷해졌다. 나는 완성된 무엇이 아니라 지금도 전시 중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놓여 있는 몸.살아 있다는 것은 언젠가 도달할 한 지점을 향해 가는 일이 아니라, 이미 흘러가고 있는 시간 속에 지금 이대로 서 있는 일이라는 것. 그 깨달음 이후로 나로서 존재하는 어느 한 순간도 의미 없이 지나가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하나의 장면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명확히 알게 되었다.
예술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는 힘이다.
그 움직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세상의 진실을 마주한다.
이것이 예술이구나.
* Ron Mueck: 호주 멜번 출신, 영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현대 조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