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자리를 찾았다. 이제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 자리를 찾고, 그곳에서 요지부동으로 머문 지 두어 달. 움직이지 않는 자리에서 나는 오히려 많은 것을 보게 되었다. 그곳이 내 자리이며,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라는 사실을 나는 하루하루의 경험으로 확인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멈춰 서 있는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더 하려 하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 보기로 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보이는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찾아 움직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움직이지 않는 자리에서 차분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흐르는 물이 잠잠해졌을 때 바닥이 보이듯이.
그렇게,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어디로 더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그대로 존재하는 일로 충분하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는다는 것. 그것이 정리이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일이 아니다. 흩어진 것들을 가지런히 모으는 일도 아니다. 각각의 것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정확하게 돌려주는 일이다. 잘못 놓인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내려놓으며, 비어 있어야 할 자리를 다시 비워 두는 일. 그 과정 속에서 질서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지금 나는
나의 삶을 정리하고 있다.
나의 관계를 정리하고,
나의 언어를 정리하고,
나의 생각과 감각들까지
조용히 제자리에 놓아보고 있다.
어떤 관계는 가까이 두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고,
어떤 관계는 멀리 두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다.
어떤 말들은 다시 입 안으로 거두어지고,
어떤 말들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 밖으로 나온다.
이렇게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다 보니
삶이 조금씩 고요해진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 있다.
내 안의 감각이고,
내 안의 에너지이고,
내 안의 중심이고,
내 안의 리듬이다.
무언가를 더 채워 넣어서가 아니라,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면서
비로소 균형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조용히 머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의 삶을
하나씩 제자리에 놓아가고 있다.
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질서를 다시 찾고,
그 안에서 말없이 머무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