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다.
나를 지나 흘러간다.
한동안
거친 파도 속에 있었다.
쉼 없이 밀려오는 물결.
흔들리고
또 흔들리던 시간.
그러나 어느 순간
파도는 멀어지고
조용한 강물과 함께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보이기 시작했다.
물이 되돌아가는 길.
샘으로 되돌아 올라가는 길.
강을 지나
계곡을 지나
숲으로 스며드는 길.
숲 속 깊은 곳.
작은 샘 하나.
그 샘물이
조용히
내 안을
흘러간다
감정이 지나가고
생각이 지나가고
기억이 지나가고
관계가 지나가고
언어가 지나간다.
잠시 스쳤다 사라지는
물결처럼
내 안에 머물지 않는다.
물은
언제나
앞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때로는
근원을 향해
조용히
되돌아간다.
그 길 위에서
흔들림은 사라지고
숲 깊은 곳에서
샘이 솟아나듯
내 안의 고요도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