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잃었다.”
이 말을 북클럽에서 나눈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넘어간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알고 있는 언어만으로는 나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하는 일상과,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깨달음들이 문장 안에 온전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내가 경험하는 일상과 깨달음의 결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차원이 달라진 경험이었다. 그러니 그것들을 표현할 언어 또한 달라져야 했고, 나에게는 새로운 언어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단순히 생각을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언어. 그때 떠오른 것이 ‘영혼의 언어, 감각의 언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왜 예술이 그러한 방식으로 탄생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예술가들에게는 각자의 언어가 있었고, 그것이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되고, 시가 되었을 것이다.
두어 달이 흐른 지금, 그 이해는 조금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모든 경험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었고, 그 안에서 내가 듣고 있던 것은 결국 자연의 소리였다. 바람이 스치는 결, 물이 흐르는 리듬, 빛이 흔들리는 순간들처럼, 그것들은 인간의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감각이었다.
그러니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로서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옮겨 담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에게는 '자연의 언어'가 필요했다. 오롯이 나만의 감각으로, 본연 그대로의 감각으로, 천연의 결로 그려내는 언어.
그리고 그 감각들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그것은 하나의 형태로만 머물지 않았다. 그림이 되기도 하고, 시가 되기도 하고, 소설이 되기도 하고, 음악을 이해하는 감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더 나아가 정지된 그림 속에서 움직임을 읽어내는 깊은 이해로 확장되기도 하고, 동물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나누는 또 다른 방식의 소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언어가 닿지 않는 자리에서, 감각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나를 드러내고 있었다. 방식은 다양했지만, 결국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나’.
내가 잃어버린 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기존의 언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자리까지, 나의 감각이 먼저 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어를 잃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의 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언어로 조용히 나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