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는 언제 간섭이 될까

by 김서정

캠핑을 즐기던 시절, 불씨가 지인의 텐트에 옮겨 붙어 불이 난 일이 있었다. 그때 일행 중 한 명이 빛과 같은 순발력으로 소화기 핀을 뽑아 텐트를 향해 쏘아댔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소화기 가루가 캠핑 장비를 거의 못 쓰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텐트의 주인은 망연자실하며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냐며 화를 냈다. 불이 붙은 건 텐트뿐이었으니 물을 뿌리거나 모포를 덮었더라면 다른 장비까지 손상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소화기를 뿌린 이도 화가 났다. 자칫 옆 텐트로 번지거나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막았는데, 그런 행동이 오히려 원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텐트의 주인은 과한 호의로 더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느꼈고, 소화기를 뿌린 이는 사람의 안전보다 장비를 먼저 따지는 듯한 모습에 서운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결국 관점의 어긋남에서 비롯됐다. 한 사람은 결과를 보았고, 다른 한 사람은 가능성을 먼저 보았다. 한 사람은 손해를 계산했고, 다른 한 사람은 위험을 차단하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그들은 서로 전혀 다른 가치를 보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종종 같은 상황을 두고도 각자의 기준으로 해석한다. 누군가의 빠른 판단은 누군가에겐 과한 개입이 되고, 누군가의 신중함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무책임으로 보이기도 한다.


호의는 누구에게나 고마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호의라 여겼지만 상대에게는 간섭일 수도 있다. 사고의 방향과 흐름은 누구에게나 같을 수 없으니, 서로의 다름을 조금만 더 헤아릴 수 있다면 실망과 상처는 덜어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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