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뜨지 않는 밤은 유난히 어둡고 차갑게 느껴진다.
달은 태양도 아닐 뿐더러, 그믐달이나 초승달이 떴다고 기온이 더 낮아지는 것도 아닌데. 마치 빛을 한 입 베어 먹힌 것처럼 그 밤은 더욱 깜깜하고 스산한 기분이다.
보름달이 으뜸이라는 편견 때문일까. 밤은 빛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니 한 조각 빛의 부재조차 아쉬움이 남는 것일지도.
그러니 조금 다른 경험을 해보자. 그믐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름달을 보며 채움의 소원을 빈다. 부자 되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해주세요, 취업되게 해주세요...
나는 그믐달을 보며 비움의 소원을 빌어보려 한다. 욕심을 버리게 해주세요, 쓸데없는 감정 낭비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세요, 넘쳐나는 물건들을 정리하게 해주세요...
이제 그믐달이나 초승달이라 해서 더 작거나 가벼운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소원을 비는 마음 때문일까 보름달만큼의 온기도 느껴지는 것 같다.
우리는 채움에서 편안함과 만족을 얻지만 때로는 비움에서 고요함과 휴식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