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걸음, 여행사가 되다.

메이스트래블 Ep1_혼자서 여행사를 시작했습니다.

by 오월이

2024년 7월, 여행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여행을 예능처럼! 메이스트래블의 슬로건입니다.


앞서 같은 해 초부터 4개월가량 친구가 운영하는 골프여행 전문 회사에서의 경험도 한몫했다. 이 회사에 SNS를 통해 들어오는 신규 고객의 문의를 소화하는 게 수습생으로서의 내 담당 업무였다. 지금껏 해온 업력과 연륜 때문인지 제법 문의를 놓치지 않고 곧잘 계약으로 성사시키며 알뜰살뜰 실전경험을 쌓던 중, 직접 해보면 어떨까 하는 용기가 돋아났다.


직장생활 중 틈틈이 다녀온 여행경험도 적지 않았고, 그때마다 여행 전 일정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순간이 실제 여행보다 즐거울 때도 있었다! 어째 난 지독한 P성향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여행 때만은 극 J의 설명 불가한 인격이 등장했던 걸까?


내가 다니던 회사의 복지 중 해외 호텔을 1박당 최대 35만 원씩 지원해 주는 훌륭한 제도가 있었는데 아마도 이 때문인가 싶다. 35만원의 가치를 가장 잘 발휘할 수 있으려면 엄청 잘 재고 따지는 분석이 필요했던 거다. 이 세상에 호텔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 나의 귀한 휴가를 더 값지게 만들어줄 최선의 초이스를 위해! 결국 물질이 고유의 성향까지 일시적으로 통제하는 재미난 경험이란!


참고로 여행사를 나의 다음 천직으로 심사숙고한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10여년간 인기 콘텐츠 IP들을 활용한 비즈니스 상품을 기획하고 밸류에이션 하던 직무 경험과, 그 이전 10년은 수많은 광고주와 에이전시들을 담당하며 광고재원을 세일즈 하던 실무경험. 바로 20대부터 40대까지 이어진 나의 역사를 바탕으로 여행업에 대입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로 용기는 올라오지만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고민만 많던 시기를 보내고 있을 즈음, 용하다는 점집을 다녀오게 됐다. 그다지 미신을 쫓지 않던 나였지만 때가 때인 만큼 직장 이후의 내 모습이 갈피가 서지 않던 시기다 보니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어느 무당 앞에 앉아 내 미래를 점쳐달라고 하는 중이었다.



은행 이자가 안 아깝다. 계약부터 당장!!


무릎팍도사와 더 가서 부채도사까지 뒤지곤 결국 찾아낸 물어보살 ㅎㅎ 연식을 속일수가 읎.. ㅋㅋㅋ


재미난 건, 나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던 그분께서 대뜸 "넌 이제 누구 밑에서 일할 때가 아닌데..." 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차라, 때마침 반가운 말이었다. ㅎㅎ


그러더니 지금 뭐 하는 사람이냐? 묻길래 현재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했다.

당장 뭐라도 계약부터 하라, 사무실 임대던 뭐던 은행이자가 아깝지 않다며 일부터 벌이고 보라는 다소 대책 없는 이야기에 기분이 좋다가도 한편 어쩌란 말이냐 싶은 마음도 들었다.


대략 요약하면, 내 앞으로 7년은 대운이 들어 사업을 시작하기 좋은 시기니 주저하고 고민할 시간에 제 일을 하라는 파이팅 넘치는 응원가 같은 말을 단돈 5만원에 듣고 나오니 뭐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했다.


사실 그러고도 결심을 하기까진 3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원래 첫 시작까지 마음을 먹기에 좀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다 보니 (반대로 시작하면 그만큼 오래 견디는 편인 것 같다.) 내 속도에 맞춰 가보기로 한 것이다.


점괘가 진짜 들어맞는 건가요?!! 못 먹어도 GO!!


정말 감사하게도 주변 지인들의 러브콜로 사업자등록증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러저러한 의뢰를 받았다. 못되게 살진 않았나 보다 하며 하루하루 감사할 뿐. 그러던 중 최근 종종 라운딩을 함께했던 골프 멤버 한 분께서 남편 회사에서 일본 골프 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비딩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반가운 제안을 주셨다.


비딩이라 떨어진다 한들 이제 막 오픈한 신생 여행사에 이런 기회가 어디있겠나 싶은 마음에 무조건 GO! 를 외쳤다. 제안할 곳은 국내 굴지 보험사의 강남 영업본부로, 일정 기간 동안 실적 달성한 에이스들 30여 명에게 포상으로 제공되는 인센티브 트립에 해당되었다.


10월 초 출발의 후쿠오카의 골프 여행 제안은 무척이나 욕심나고 간절했다. 하지만 견적을 뽑고 일정을 짜면서 육감적으로나 이성적으로도 '이번 진행은 무리겠고나'가 느껴졌다. 왜냐면 참석 인원 중 골퍼와 논골퍼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호텔 선정이 최우선 고려사항이었는데, 제시 금액으론 도무지... 원하는 4성급 이상을 맞추기가 나로서는 불가였다.


이토록 좋은 기회를 마주했음에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만 것을 느끼며, 아직 넌 멀었다... 싶은 생각에 움츠려질 때쯤. '아니! 차라리 나만의 차별화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번쩍였다. 요청에도 없던 2순위 여행지 북해도 삿포로 패키지를 추가로 준비해서 함께 제출했다.



무.응.답에서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잡기까지!!


예상과 달리, 아니 너무 예상한 것처럼 조용히 시간은 흘러갔다. 그래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르겠냐 싶은 마음으로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스스로 위로를 하려던 찰나였다. 당초 광복절 즈음 최종 결정이 될 거란 정보는 알고 있었지만 그간 단 한통의 연락도 없던 터라 자연스럽게 DROP 이란걸 캐치하고 있었다.


'난카이 대지진'은 일본 난카이 해곡에서 100~400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규모 8~9급의 거대지진이다.


그러던 중, 뉴스에 연일 보도되는 '난카이 대지진' 이슈가 일본, 특히 규슈 지역을 고민하던 예비 여행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때 난 본능적으로 삿포로행 항공권을 검색했다. 처음 제안했을 2~3주 전보다 대폭 저렴하게, 심지어 대한항공 왕복 항공권이 20만원대까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삿포로 제안을 점검하고 항공도 국적기로 교체, 낮아진 항공료 덕에 호텔은 이제 막 오픈을 앞둔 글로벌 체인 메리엇 호텔로 다시 세팅한 후 처음 오퍼를 주었던 언니에게 연락을 넣었다.


나이스 타이밍!! 안 그래도 오늘 출근길에 후쿠오카 여행 취소를 고려한다는 남편의 말을 전하는 언니! 난 이 말에 후쿠오카 대신 난카이 대지진 이슈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안전지대 북해도에 대해 갖가지 일본 통신을 들이대며 이런 시국에 삿포로 여행의 여러 이점들, 동일 가격에 훨씬 업그레이드된 메이스트래블의 Ver.2 제안서를 들이밀었다.


삿포로 카드가 이렇게 통할 줄이야! 제안은 스피드하게 진척이 되어 며칠 안에 최종 컨펌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이 때의 기분이란~ 진부한 표현이긴 해도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듯, 여행사를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과 나 스스로를 칭찬하는 마음에 기분 좋은 아찔함? 으로 행복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10월. 완벽한 여행을 위해 직접 삿포로로 떠나는 것이다! 사전답사와 현지 랜드 미팅을 위해 Let's go! 메이스트래블! (답사기는 다음 편에서)







물어보살 비하인드 스토리


점을 보는 내내 웬만한 건 다 좋다고만 하니 되려 조심할 건 없는지 마지막에 내가 한마디 덧붙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보살님의 대답은 해가 가기 전에 대장내시경을 꼭 하란다. 하다못해 용종이라도 뗀다는 그 말이... (물론 40대에 접어든 후 한 번도 대장내시경을 하지 않았던 터라...) 수긍도 되지만 찝찝하긴 했다.


그러고도 7개월을 지낸 후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12월 31일로 급히 예약을 잡고, 전날 금식과 함께 고약한 속 비우기 작업을 마친 후 24년의 마지막 날 오전 동네 검진센터로 향했다. 그리고 정말 기암 할 일이 벌어졌다. 수면 마취에서 깨어난 후 간단히 의사 선생님 면담을 하는데 오늘 대장에서 용종 두 개를 떼어 냈단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그때 든 생각은 어서 새해가 되면 거기부터 가봐야겠단! ㅎㅎ 나도 영락없는..


정말 살면서 보험 쓸 일 없는 나인데 이날 용종 덕에 수면 내시경 비용이며, 심지어 용종제거 수술로 인해 50만원이나 보험금을 추가로 타내는 머 나쁘지 않은 경험까지 다사다난한 24년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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