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걷는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쏟아진다. 적당한 볕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자리에 낡은 벤치가 있다. 그곳에 앉아본다. 자연의 따스함에 눈이 스르륵 감긴다.
온몸이 노란빛으로 물들어간다.
눈을 감은 채 숲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재잘재잘 울려 퍼지는 새들의 지저귐과 이름 모를 풀벌레 노래에 '생각하지 않아도 될 생각들'이 마음을 조용히 떠난다. 순간 무심히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에 초록 나뭇잎들이 '솨-아' 춤을 추듯 흔들린다. 나무가 들려주는 그 시원하고도 경이로운 울림이 귓가에 속삭인다. '괜찮아. 다 괜찮아.'
내면 깊은 곳에 잠겨있던 아프고 쓸쓸한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엄마의위로처럼.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떠본다. 나를 둘러싼 숲이 조금 전보다 선명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코 끝으로 숲내음을 기분 좋게 들이마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차오르는 마음을 느끼며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