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8
학부모 상담 시 꼭 기억해야 하는 것
가르치는 영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영유아, 초등영어에서는 학부모 상담이 70%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 상담 시 꼭 기억해야 하는 두 가지를 공개한다.
첫 번째. 초등영어는 ‘포장’이 아주 중요하다
수업을 대충 진행하면서 잘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 수업 진행을 해도 학부모가 모르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책은 비워있는 것보다는 채워져 있는 게 좋고, 모든 페이지에 동그라미 하나 그리기보다는 책 끝날 때 한번 씩 짧은 멘트를 써주는 게 좋다. 진도를 수정해서 다른 수업을 하고 싶을 때는 간단한 유인물이라도 수업 진행을 했음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책에 붙이는 것이 좋다.
또, 초등영어에서 노래로 공부하는 방법은 절대 포기해서 안 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왕 가르칠 거면 유명한 노래를 가르치자. Sunday, Monday~ 클래식인 건 다 이유가 있다.
가사가 쉽고 유명한 올드팝 Words와 Memories를 가르쳤더니 어느 날 저녁 티비를 보다가 어떤 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걸 보더니 아이가 일어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불렀다고 어머님이 즐거운 목소리로 전화가 오셨다. “아유, 아니에요” 겸양을 떨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모든 선순환의 사이클은 결국 다 비슷한 원리를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 학부모의 신뢰를 얻는 건 쉽지 않지만 몇 번의 반복을 하다 보면 결국 학부모님은 나를 신뢰하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자주 하던 상담전화도 덜해도 된다. 그 시간에 수업 준비를 더하면 아이는 실력이 는다. 아이의 실력이 늘면 그걸 본 학부모님은 상담전화를 자주 안 해도 나를 신뢰한다. 선순환은 그렇게 시작된다.
오죽하면 교육서비스업을 ‘쇼 비즈니스’라고 부르겠는가.
두 번째, 학부모는 바보가 아니다.
초등 고학년~중등 성적 상담 시 주의해야 할 부분은 두루뭉술하게 설명해도 그냥 넘어가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확인평가나 중간평가, 레벨업 평가 같은 경우에는 점수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아이가 같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중 어느 정도다 에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특히 반 편성을 칼같이 하는 학원에선 더더욱 그렇다 규모가 작은 동네 학원이든 조금 규모가 있는 경우든 핵심은 똑같다.
‘ 아이가 이 부분은 보통 이런 이유 때문에 헷갈려하는데 확실히 알고 있어서 이런 유형의 문제는 다 맞혔다. 너무 잘했다. 하지만 어느 부분을 이래서 틀렸고, 이렇게 해야 앞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이중에 뭔가가 빠지면 그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이번에 시험 친 단원은 셀 수 있는 명사, 없는 명사 단원이다. 보통 셀 수 없는 명사 단원은 한국어와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많이 헷갈려하는데 단위를 붙이는 부분을 확실히 알고 있어서 7부터 10번 문제까지는 실수 없이 너무 잘했다. 하지만 불규칙 변화 같은 부분은 말 그대로 규칙이 없어 시간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해야만 익숙해진다. 숙제로 규칙, 불규칙을 모두 포함한 워크시트를 한동안 낼 예정이다. '
이런 상담을 해야 상식적인 선에서는 수업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학원에 문제가 있어서 이동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물론 예외도 있다)
성적 상담 시, 물론 학부모가 영어를 강사만큼이나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여기고 상담하는 것도 안 되지만 내용을 전혀 모를 것이라 가정하고 ‘원래 이단원이 그렇다~ 다른 애들도 그렇다~’ 하는 식으로 상담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학부모를 사로잡지 못하면 초등영어 강사로는 피곤하게 일할수밖에 없다. 초등영어 강사가 수업 진행하는 내용의 수준으로는 조금 신경을 덜 써도 될지라도 수업교구, 학부모 상담전화 등으로 오히려 더 피곤하다는 건 정말 해본 사람만 안다.
학부모를 사로잡자. 경청, 데이터에 의한 성적상담, 구체적인 예시를 가지고 하는 행동 상담 등 방법이나 기법은 무수히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부모님도 아 이 선생님은 그래도 우리 아이를 진심으로 챙기는구나 느낄 테니까 말이다. 진심이야 말로 학부모를 사로잡는 학원강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중고등학생 번외
중고등의 경우 학교에서 시험을 너무 자주 치기 때문에 사실 학교 성적으로 뭔가를 다 보여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담은 크게 의미가 없다.
학생들에게 내 모든 걸 쏟아붓고 성적으로 증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