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7
경험이 많아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실화가 제일 실감나지만 아니면 이야기 수집이라도 해야 한다. 약간의 유머감각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모든 강사들이 다 유머감각을 타고날 순 없다. 평소에 유머감각이 있는 편인 강사들은 강사의 기본 자질 중 한 가지를 타고난 것이다. 타고나지 못한 강사들을 위해 꿀팁을 대 공개 한다.
초등학생들은 단어가 중요하다.
음절이 비슷한 단어만 이야기 해줘도 하루 종일 깔깔 웃는다. Kitchen 키친을 보고 Chicken 치킨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거야! 한마디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저학년은 똥이란 단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화장실, 휴지, 응가 그림까지 그려주면 당신이 바로 우주대스타.
중학생들은 본격적으로 이야기(story telling)이 중요해진다.
문법시간 현재완료를 배워야 하는 날에는 뉴욕 여행 중 찍어온 have p.p를 사용한 표지판을 직접 보여주고, 리딩 시간에 익스트림 스포츠 이야기가 나오면 스카이다이빙할 때 제일 무서운 부분은 사실 뛰어 내리는 게 아니라 ‘죽어도 책임 안짐’ 란에 서명할 때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줄임말에 대한 지문에선 떨어진 선글라스를 보며 Is this your sunny? 라고 물었던 어떤 호주인 이야기를 해주고, 영국억양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해리포터에 나온 유명한 대사를 해준다.
4형식을 배울때는 I can show you the world~ 노래를 함께 불러보고 5형식을 배울때는 You make me happy when skies are gray. 노래를 부른다. 노래로 하는 팝송공부같은 거창한걸 하려는게 아니고 딱 한줄만 부르고 멈춘다. 이야기라는게 꼭 썰이 아니어도 되니까 말이다.
컨텐츠를 강조하는 시대가 이제야 온 것 같지만 강사들에겐 늘 컨텐츠가 중요했다. 강사는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수업내용과 관련 있는 이야기가 많아야 학생들의 주의를 끌 수 있다. 관련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고등학생들은 주로 대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연결 시켜 주면 그나마 눈을 반짝이면서 듣는다. 아무래도 수업시간에 한시가 급하기 때문에 사담을 나눌 시간이 적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피차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모의고사 지문에 나오는 이야기가 교훈적인 것 이 많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대학동기 이야기,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진학안하고 지금 빵집 사장님 하고 있는 기술직 이야기, 원서 잘 써서 대학 잘 간 이야기, 반대로 원서영역 실패한 이야기, 아이들의 시선을 끌 이야기들을 준비하자.
사담과 재미있는 수업의 경계
중하위권 레벨의 반에서 수업을 할때는 수업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최대 30분이 지나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타이밍에 주위를 환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너무 쳐지는 날에는 약간 벗어난 이야기를 해도 좋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수업내용과 관련있는 딴소리가 제일 좋다. 수업내용과 관련있는 딴소리라니 이게 무슨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인가 싶지만 의외로 이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다른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면서도 학생들은 동시에 집에가서는 '그 쌤은 사담을 너무 많이한다' 라는 이야기를 할수있다. 당황스럽지만 어쩔수 없다. 수업내용도 충실히 나가면서 애들은 졸면안되고, 너무 노잼이어도 안되고 너무 재미있기만 해서도 안된다. 쉽지않다.
상위권 학생들은 중하위권 학생들보다 집중시간은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환기시켜야 할때는 반드시 온다. 상위권 학생들은 관련이 있어도 딴소리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이 단계 다음에는 이런걸 배우게 될거다 하는 식으로 다음 커리큘럼이나, 다음 진도, 아직 학생들이 학습하지않아서 모른다고 생각할수 있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그 쌤 수업 진짜 재미있다 ' 라는 학생들의 코멘트가 절대 사담에 관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인기에 편승한 수업은 언젠가 탄로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