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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Dec 06. 2020

돈에 연연하지 않는 강사분 구해요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5



돈에 연연하지 않는 분이면 좋겠어요.

 이전 글에 잠깐 언급했지만 실제로 ‘돈보다는 학생들의 교육과 관계를 중시하는 선생님’을 찾습니다. 같은 공고는 정말 존재한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욜로족이 가고 파이어족이 오는 시대에, 세상 모든 사람들은 부자를 꿈꿔도 되지만 교육 업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마치 그러면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크게 말하는 것은 당연히 우리들의 고용주다. 본인들도 대부분이 강사출신 원장이면서 말이다.      


시험기간에 주말 보강이 당연하고, 평일에 나머지, 방학특강 등등 추가적인 업무 야근은 너무 많다. 분필, 보드마카, 지우개, 빨간펜, 스템플러에 제본기,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웹캠, 타블렛(와콤 등), 심지어는 화상 수업 프로그램 이용료(Zoom 결제)까지 소모품은 끝도 없다. 특강이나 비율제로 계약을 하게 되면 카드수수료를 누가 부담할지 까지 고민해야한다. 정말 극단적인 경우에는 강사 사비로 간식 사주면서 수업하라고 눈치 주는 곳도 있다고 해서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강사들은 조금 더 돈에 연연해야 한다. 추가근무를 수당으로 쳐주는 곳으로 이직을 해야 하고 퇴직금을 당연하게 챙겨주는 곳에서 일을 해야 한다     


 과외비 시세는 10년 전 내가 대학생일 때랑 지금이랑 다를 게 없다. 공시생들이 늘어가면서 공시 프리패스 비용은 해마다 오른다는데 초중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학원 수강료는 크게 다르지가 않다. 최저임금은 2010년 4110원에서 2020년 8590원 까지 올랐지만 수강료는 박스권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왜일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원업계는 오묘한 경계에 있다. 내 강의와 시간을 학원에 제공하고 세금은 3.3% 만 납부하는 프리랜서이면서, 시간표를 작성해주고 학원의 큰 운영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된다. 이전에는 퇴직금에 관련된 시시비비를 소송까지 가서 가려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최근에 사례는 대부분 강사 편을 들어 전임 강사의 경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코로나 19 긴급 지원금도 학원 강사의 경우 유형을 근로자로 분류했다. 규칙적으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돈에 연연하지 않는 분이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고용주들의 심리는 결국 잔업 수당을 달라고 안하고, 퇴직금을 당당하게 요구하지 않고, 소모품을 눈치껏 자기 돈으로 사는 고용인을 원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 그렇지 않은 학원을 만났다면 정말 다행이다.하지만 그 다음은? 또 운에 맡길 것인가?  조금은 더 돈에 연연하자. 상식적인 선에서 나에게 주어진 권리륻 당당하게 요구 할 수 있는 강사가 되자.                    

 나는 얼마짜리 강사가 되길 원하는가?     

"동네 시세에 비해 수강료가 좀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     

몇 년째 중3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원을 졸업시키다가 계속 수업을 해달라는 학생들이 늘어나서 고등부를 키워보기로 했다. 원장님께 해보겠다고 건의를 했고, 고등부 교재와 수강료를 책정해서 보고 드렸다. 한 곳에서만 10년째 학원을 운영해온 원장님이 약간 염려 하셨다.      

잠깐 고민했지만 낮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나 혼자 모든 걸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내 수업에 대한 강의료까지 낮추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강의 하는데, 강의 준비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 틈틈이 써온 이 글을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내보이기로 결심한 것 보면 유추하기가 그다지 어렵진 않을 것이다. 

     

블로그 운영을 통한 광고수입, 주식투자, 인터넷 자료 판매 등 다양한 경로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있지 않을까 발굴하는 재미로 산다. 아직은 강의가 제일 재밌다. 그래서 강의를 더 잘하고 싶고 강의료를 낮추고 싶지 않다.      


나는 얼마짜리 강사가 되길 원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번 던져 본다.      


학원계로 처음 진입 했을 때 나는 4년이 넘는 과외경력이 있었고, 실제로 지도한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증명할 성적표가 있었다.  하지만  ‘학원경력이 없어서’ 라는 이유로 평균적으로 제시한 초임 월급의 평균은 160만원 정도였다. 어느 학원의 면접에 갔을 때 시급을 2만원 생각한다고 불렀더니 깜짝 놀라던 원장님도 있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스타강사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나처럼 동네 학원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기뻐하고 동시에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명심해야할 것은 학원계는 호봉과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경력이 10년인 강사라고 초임인 강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대로 경력이 2~3년 밖에 안 되지만 그 짧은 기간에 학생들의 인정을 받는다면 마치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다.     이건 안전성을 추구하는 누군가에게는 아주 무서운 일이다. 내가 신규일 땐 7년차 선배강사와 급여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점이 의아했지만 지금 내가 신규선생님과 급여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쫙 돋는다. 

      

나는 얼마짜리 강사로 남을 것인가. 스스로 정하자 

그리고 그걸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찾고 도태되지 않는 강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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