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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Dec 04. 2020

세상에 쉬운 학생은 없다,
중2는 특히 어렵다.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4


세상에 쉬운 학생은 없다. 그중 하나를 고르라면 중2를 고르겠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날카로워진다. 초등학교 때 그렇게 순둥순둥 귀여웠던 아이들이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돌변한다.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간접 육아를 체험하고 있는 기분이라 지도하던 학생들이 중2가 되면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한다.      


중학교 2, 3학년 내내 최상위 반을 유지하던 아이들이 있었다. 새로 온 선생님들은 모두 그 반을 부담스러워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평가하려 든다는 게 공통적인 이유였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들을 실력 없다 평가하고 욕하는 걸 스포츠로 여기고 그 무서운 게임은 학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계속된다. 최상위 반 학생들의 마음을 한번 얻으면 그 선생님이 아니고서야 다른 선생님들은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이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거침이 없어서 필터를 거치지 않은 질문을 한다.      


“ 선생님 대학 어디 나왔어요?”

“ 선생님 토익 몇 점이에요?”

“ 선생님도 이거 풀면 100점 받아요?”     


많이 순화했음을 미리 밝힌다.


경력이 조금 있는 선생님들은 이 시기의 아이들을 조금 겪어 보고 본인만의 레퍼토리가 생긴다. 하지만 신규 선생님들은 가끔 여기에 말려 얼굴에 붉은 기가 가득 차 눈이 빨개진 상태로 교실을 나온다. 더 심각한 경우는 아이들의 질문에 타격을 받고 충격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에이~ 애들 하는 말에 무슨,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애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것은 실질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약간의 학벌 콤플렉스 혹은 본인 실력에 대한 고민이 있는 선생님들은 타격을 크게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유사한 질문을 받은 동료 선생님이 한참 뒤에 속을 터놓기를, 그때부터 토익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강사들이 공부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열이 높은 곳이 아니라고, 초등 강사로 만족하겠다고 본인의 한계를 자꾸 스스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력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은 앞으로 강사 상활을 하면서 계속 받게 될 거고 그때마다 움츠러들 수 없다. 실력을 키워 학생들을 대하자.  실력에 자신 있는 강사는 밖으로 티가 나고 아이들은 그걸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 쌤이랑 수업하기 싫어요      


동네 학원의 경우 오래 재원 한 학생들이 신규 강사보다 학원을 더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선생님이 오고 가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표현하는 경우가 흔하다. 무난한 아이들도 있는 반면 예민한 아이들도 있다.     


“ 그 쌤이랑 수업하기 싫어요.”     


내신 대비로 반 편성을 새로 하고 한 달을 달릴 준비를 하던 차에 신규 선생님이 오셨다. 

여느 중학생이 그렇듯 새로운 선생님이 오실 때마다 까칠하게 굴던 B가 신규 선생님이 오고 2주 만에 나를 찾아와 투덜거렸다.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그래, 적당히 달래주려고 했는데 B 옆에 평소 조용한 C가 함께 서 있다가 슬쩍 웃는다. C한테 B좀 데려가라고 했다.     


“ C야, B좀 데려가라 또 좀 지나면 친해질 거면서 괜히 그런다, 얼른 교실로 가시지”

“ 네, 아 근데 쌤..새로운 쌤 좀 이상하긴 해요..”     


평소 선생님에 대해 예민하게 굴지 않던 C까지 한마디 보태자 순간 뭐지? 했지만 티 내지 않으려 그래그래 알았다를 연발하며 교실에 돌려보냈다.     


 이런 케이스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아이들이 함께 수업하기 싫다는 선생님은 대부분 비슷한 속성을 가진다. 그런 강사들은 퇴원을 줄줄이 내고 강사 본인도 금방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학생들에게 짜증 내는 강사 

- 특정 학생을 편애하는 강사 

- 문제를 틀리면 창피 주는 강사 

- 사담이 너무 많은 강사      


여러 가지 경우가 있지만 학생들이 가장 크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은 저런 것들이었다. 특히 학생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지나친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학생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감정표현을 하기 때문에 그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맞서면서 내 감정을 컨트롤하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그래도 ‘그 쌤이랑 수업하기 싫어요’ 소리를 듣는 강사는 되지 말자.   초임 강사의 경우 최상위권 반을 맡게 되는 경우는 잘 없지만 영어는 과목 특성상 강사도 모르는 단어가 있기 마련이고 수업 준비를 완벽히 해서 가지 않으면 학생들 앞에서 식은땀 줄줄 흘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수 있다.  

 

 오늘 글은 새로운 형태의 결심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학생들에게 짜증 내지 말아야지

오늘 수업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정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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