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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Dec 03. 2020

학원강사의 치명적인 3가지 단점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3



소속되어있지만 소속되지 않은 상태     


강사의 치명적인 단점은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학원 강사는 쉽게 채용되고 쉽게 해고되는 편이다.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최근에는 학원 강사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자 계약(프리랜서 계약) 이더라도 하나의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일한 특수성이 인정되어 퇴직금이 당연히 지불되어야 한다는 판결도, 실례도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월급의 10%를 퇴직금으로 적립해서 준다고 하거나 연봉을 13개월로 나누는 나쁜 계약들이 존재한다. 다른 중소기업도 그렇다고들 하긴 하는데 학원가는 왜 유독 이런 문제가 심한 걸까?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강사 일을 할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가장 큰 이유다.

강사의 낮은 진입장벽을 내 나름 정의해보았다. 업계의 채용조건은 바로 ‘학습자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실력’이다. 전공이 영어가 아니어도, 교육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강사라는 직업에 꿈이나 목표가 없더라도, 심지어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가르치기로 선택한 학습자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대 졸업’ 한 줄 가지고도 영어강사로 취업이 가능하다. 가끔 터지는 자격 없는 원어민 강사 사건도 이러한 이유로 터진다.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하다. 초봉도 아주 박봉이다.      

이러한 치명적인 단점은 실력으로 본인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위협적이다. 직업선택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고 그중 고용안정성이 본인에게 가장 중요하다면 프리랜서 강사는 당신에게 좋은 직업이 아니다.    


      

노동자와 교육자의 경계      


교육서비스업 종사자로서 학원 강사는 가끔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나는 반은 서비스업 종사자지만 반은 교육자이기 때문에 돈 이야기는 해서는 안 되는 걸까?

학생들 앞에서 돈 이야기는 학부모님들이 꺼려한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밀리는 과외비, 학원비 안 받고 계속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 심지어는 이런 말을 직접 하시는 학부모도 있다.     


“ 아니 그거 좀 밀린다고 애를 가르치다 말아요? 선생 맞아요?”     


수강료 미납이 두 번째가 되자  연락을 드렸고 수업은 진행 중이었지만 다음 달에도 반복이 된다면 수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겠다 정도로 전달을 했었다.     

학원 강사는 공무원이 아니다. 가끔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수강료 인상 등에 말을 해야 할 때가 있고 그건 늘 쉽지 않다.  우리는 그 경계에서 서서 수강료 안내 전화를 하기 전, 수화기를 들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심지어 같은 업계 사람들도 신입 강사들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게 만든다.

 ‘돈보다는 학원 분위기나 아이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선생님’을 찾는 공고도 있다. 다른 직업군에서 연봉 인상을 위해 이직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학원 강사가 돈을 먼저 이야기하면 진정한 교육자가 아니게 된다.   여전히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우리는 직업인으로서 근로소득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



오후에 깨어나는 사람들

     

 학원 강사는 필연적으로 학교 수업 이후에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초중등 강사는 보통 12시~1시쯤 출근해서 빠르면 6시 늦으면 9시 정도까지 일한다. 일반적인 회사원들이 말하는 9 to 6 와는 전혀 거리가 먼 생활리듬이다. 고등부는 3시 출근 11시 퇴근이 일반적이다. 병원과 은행 이용이 불가능한 직장인들이 많다고 했던가? 많은 강사들은 병원과 은행이 이용한 시간에 자고 있다.


 나도 처음 2년 정도는 늘 새벽에 자고 오후에 깨어나는 생활을 했었는데 확실히 건강한 생활리듬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차, 겨우 아침 10시에 눈 뜨는 것이 가능해졌다.   일반적인 리듬을 가진 친구들과의 만남도 조금 힘들 수 있다. 그들이 일하는 시간에 나는 놀고, 그들이 퇴근하면 내가 출근해야 하니까 말이다. 고등부의 경우 주말도 일을 해야 해서 3명 이상인 경우에는 약속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생활 패턴이 뒤집어져 있기 때문에 건강을 망치기에 딱 좋다. 우리의 몸은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것보다 조금 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만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특히 고등부 전임하는 선생님들은 강사 업계 연봉에서 그나마 조금 높게 시작하는 편이다. 그런 현상을 두고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고등부 쌤들은 빨리  늙는다.’ 시간을 돈으로 교환하기 때문일까? 모든 야간 근무자들이 그렇겠지만 고등부 강사를 꿈꾸는 당신, 저녁 있는 삶은 꿈도 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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