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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Dec 14. 2020

콘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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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센트


사람들은 커피가 필요했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진 그랬다.

바쁜 도시에서 사람들은 커피가 필요했고, 모두가 한잔씩 커피를 들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기 때문에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의자와 커피인 줄 알았다.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도착한 나리타 공항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조금은 지루하게 대기를 하는 사람들의 손에는 커피가 없었다.  말을 하지도, 무언가를 마시지도 않았다. 그냥 하염없이 손 안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쿄의 나리타 공항을 처음 이용해본 나는, 다른 공항과 조금 다른 공간에 놀랐다. 대부분의 공항은 대기하는 이용객들의 편리를 위해 의자를 제공한다. 의자가 푹신 하느냐에 따라 오래 대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리타 공항에서는 푹신한 1인용 의자와 3면이 막혀있는 독립적인 부스 형태의 공간을 제공하길래 감탄했다. 


놀랍게도 이 공간을 나타내는 표지판(Sign)은 휴식공간이나, 만남의 장소, 대기실 그 무엇도 아닌 충전(Charge)였다.  그 공간 안에 있는 것은 오직 의자와 콘센트뿐이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공항에서 종종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게이트 앞에 함께 앉아 대기하고 있던 낯선이 와 인사를 건네는 일. 입국심사 카드를 작성하다가 짧은 대화를 나누는 일. 같은 줄에 서있던 목적지가 같은 이들과 정보를 나누는 일. 


그 날 내가 본 ‘편의시설’은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 또는 소멸시켜버리는  공간이었다.

애초에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사용이 자유로워지면서 낯선 이에게 길을 묻거나, 말이 안 통해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 그런 일이 필요할 때가 있다면 한순간 있다면 바로 그건 배터리가 없을 때다. 

콘센트를 대량으로 배치함으로써 우리는 배터리가 떨어질 일이 없게 되었다. 정말이지 신기했다.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이만큼이나 직접적으로 실감하다니.

이 생소한 감정을 풀어 설명할 순 없지만 나는 보았고, 삶의 양식이 변한 것을 알았다.


놀랍다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은 나도 마찬가지로 콘센트 앞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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