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35
나는 계획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규칙성이 있는 일정을 좋아하고 통제 가능한 변수를 예상하려고 노력한다. 매일, 매주, 매달 의 큰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다. 최근의 코로나 상황은 이런 나를 굉장히 괴롭힌다.
[A 초등학교 확진자 발생으로 오늘은 휴강입니다. ]
공지가 떨어졌다. 최근 학생들 사이의 확진이 많아지면서 나도 2년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를 해야 했다. 정말 집에만 있긴 했나 보다. 이 정도면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확진이 생기고 검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해당 수업을 취소하면 내일은? 자가 격리가 필요한 선생님과 학생들은? 그럼 다음 주 수업은? 진도는?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을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은 코로나 검사 결과가 하루면 나온다. 다음날 오전이면 결과를 알 수 있으니 오후 계획 정도는 당일에 세울 수 있다. 자가 격리해야 하는 반은 온라인 수업 진행하고, 음성으로 결과 나온 반은 대면 수업 진행한다. 만약 특정 선생님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하면 그 반 수업은?
상황에 적응해야지 속으로 백 번 외우고, 나는 그냥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결과가 나오고 생각하자.
아침부터 학생들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선생님, 오늘 수업해요?]
[쌤, 오늘 학원가요?]
[쌤, 검사 결과 나왔어요! ]
반대 상황을 겪어 봐야 나의 성향을 비로소 알 수 있다고 했나. 나는 규칙적인 것을 좋아 하지만 돌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줄은 몰랐다. 예상하지 못하는 뭔 가를 위해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뜬금없이 아이들의 문자를 보면서 하는 자아 성찰이다.
계획에 집착하지 않아도, 내가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 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쉽사리 내려놓지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