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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May 20. 2022

저도 그렇게 칭찬해주세요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40

또래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쉬운 단원을 몇 번의 재 시험을 쳐서 겨우 통과한 학생이 있다. 괜찮으니 다시 한번 해보자, 모르면 선생님이 또 알려 줄게, 다독여서 끌고 나간다. 겨우 70점 이상을 받았을 때 너무 잘했다며 목소리를 높여 칭찬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부끄러워 하지만 본인도 기쁜지 슬쩍 웃는다. 포기하지 않은 것이 기특해서 너무 잘했다며 박수도 쳐줬다. 여기까지 는 동화다.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 아름다운 단계. 현실은 이때 나타났다. 


 지나가던 다른 아이 하나가 가까이 다가와 나에게 말한다. 

"선생님 저도 그렇게 칭찬해주세요 "


  

J의 한마디는 나를 기어코 책상에 앉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J는 가장 높은 레벨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칭찬은 대체 얼마나 강력한 것이길래 저 아이가 스스로 다가와 그것을 원한다고 말하게 하는 걸까. 


J가 문제를 푼다. 또래보다 많이 풀고, 어려운 걸 풀고, 잘 푼다. 하지만 모두가 틀린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 25문제 중에 23문제를 맞혀도 틀린 문제를 생각하느라 칭찬에 박해진다.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인 이 아이에게 칭찬을 아낀 것이 언제 부 터인가 생각해본다. 어제도 J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를 나와 함께 풀었는데 말이다. 나는 J가 안쓰러웠고, 미안했다.


우리 모두는 잘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우수한 아이가 성장기 동안 반복되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오면 선생님도 학부모도 심지어 본인조차 익숙해진다. 더 잘하는 것이 아니면 칭찬받을 수 없게 된다.


가만히 앉아 질문을 던진다. 혼자 던진 질문에 혼자 답을 한다. 나의 일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가게 하는 것이 아닌가. 무엇으로? 칭찬으로? 


아마 J가 원했던 건 약간의 호들갑과, 커다란 리액션을 동반한 칭찬이었던 것 같다. 아직 자기도 아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상당히 우아하다. 앞으로 더 커다랗게 칭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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