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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Mar 09. 2022

안녕하세요, 메이 선생님입니다.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39

세상에는 다양한 콜이 있다. 

인바운드콜, 아웃바운드 콜, 해피콜 그리고 그리팅 콜(Greeting call). 오늘의 이야기는 새 학기에 볼 수 있는 학원가 풍경이다.  


[ 안녕하세요 ㅇㅇ어머님~ ㅇㅇ영어학원 ㅁㅁ선생님입니다, 이번에 우리 ㅇㅇ 담임 선생님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 학기 커리큘럼 간단히 안내 차 전화드렸어요.... ]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담임 체제를 선택한 대형 학원에서는 선생님들이 전화를 붙들고 같은 멘트를 쏟아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만 해도 어제 10통의 전화를 했다. 같은 말을 10번 정도 하다 보면 내가 들어도 식상한 멘트에 말을 조금씩 바꾸게 된다. 


모든 학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사실 아니다. 범위를 좀 더 좁혀야 맞다. 초등학생 중심의 학원인 경우가 많고 관리자의 성향도 중요하다. 상담 전화를 중시 여기는 학원은 한 달에 한번 전화하는 게 보통 일거고 아닌 경우에는 2~3달 혹은 거의 상담 전화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부분은 학원마다 참 다르고 관리자의 선호도도 다르기 때문에 어디가 맞고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상담 전화 자체에만 집중한 이야기를 해보자. 관리를 강조하는 학원일수록 상담 전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고 초보 선생님일수록 이 상담 전화가 참 어렵다. 


말은 꼬이고 버벅 거린다. 전화를 잘하지도 않는 비대면 시대에 학부모 님과 통화를 한다는 게 뭔가 어렵기도 하다. 수화기를 들고 말을 듣지 않는 손가락에 힘을 주고 버튼을 눌렀던 때도 있었다. 까칠하기로 소문난 학부모님 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때는 괜히 순서를 뒤로 미뤄보기도 한다. 하지만 안 할 수도 없다. 내가 담당한 학생이고 이것 또한 업무의 일부분이다.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수업하는 건 괜찮은데 학부모와의 상담 전화가 어렵다는 초보 선생님들은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한다.


나의 경우 다행히 운이 참 좋았다. 베테랑 선생님들이 많으셨고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다.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방법, 대답이 준비되지 않은 질문이 들어왔을 때 성급하게 답하지 않는 방법, 데이터에 기반한 성적 상담을 하는 방법, 유대감을 쌓는 방법 등을 시나브로 터득하면서 나도 풍월 읊는 서당 개가 되었다. 


초등 상담 전화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학부모는 학원에서의 아이의 모습을 궁금 해한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의 수업 태도, 교우 관계, 정답률, 참여도를 궁금해한다. 수업 시간에 실제로 했던 멘트를 기록해 놓았다가 '오늘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하는 상담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좋은 이야기는 과장되게 칭찬하면서 전달하는 것도 좋다. 내 아이 예뻐하는 선생님에게 날카로운 학부모는 없다. 나쁜 이야기도 실제 멘트에 기반해서 전달하면 그나마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수업 시간에 태도가 좋지 않거나 친구들 사이에 트러블이 있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두 번째는 듣는 사람을 고려한 상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아이의 월간 테스트, 리뷰 테스트 등의 시험지를 보면서 설명을 하지만 학부모님은 듣는 것 만으로 정보를 받아들인다. 길을 걷는 중일 수도 있고, 일 하는 중에 잠깐 전화를 받은 것 일 수도 있다. 여유가 없는 상황에 상세한 수치를 줄줄 읊는 상담은 별로 좋지 않다. 차라리 지금 바쁘시면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결국은 상담 전화보다는 수업에서 아이를 사로잡아야 한다. 학부모님은 학원을 원하고 아이는 원하지 않는 경우, 끝까지 재원 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 중학교 이후로는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아이 이기는 부모 없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아이를 몰입하게 만들고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학생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집에 가서 자연스레 이야기하게 되어있다.  


 

 



이번에 초등 한 반을 담임으로 맡게 되었다.  저 학년 꼬마일 때 봤던 학생들을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왜 이렇게 많이 컸니~ 호들갑을 떨었다. 첫 수업 하고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학부모님이 호호 웃으시며 아이의 말을 전해주신다 


 "메이 선생님이 나를 기억하고 계셨어, 왜 이렇게 많이 컸냐고 하셨어" 


벌써 6학년이냐며 내친김에 예비중 과정까지 1년 커리큘럼 설명드리고 좋은 분위기에 전화를 마무리했다. 물론 나도 너무 많은 상담 전화는 양적으로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나름의 노하우를 그 속에서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학기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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