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쌤 Oct 31. 2022

고3들에게 하고 싶은 말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42

사랑하는 고3들에게


하나하나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어쩐지 부끄럽더라. 그래서 이렇게나마 하고 싶은 말을 몰래 해보려고 해. 뽀송뽀송하던 중학교 시절 너희 얼굴이 생생한데 벌써 전쟁 같던 고등학교 생활에도 끝이 보이네. 기분은 어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이 정말 많았거든. 희망적인 말을 잔뜩 해줘야 할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날카로운 말을 해줘야 할까? 근데 그냥 마지막도 늘 그렇듯 쌤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으니 새겨 들어라!!


1. 전화영어 해라


한국에서 영어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유용한 도구란다. 토익점수는 고고 익선. 스피킹 스킬을 조금 더 익힌다면 어디서든 플러스 점수를 얻을 거라는 걸 미리 말해둘게. 영어 선생님이라서 이게 1번이냐고? 맞아 부정하진 않을게. 전화영어 하렴, 기회가 되면 교환학생도 꼭 가보고, 어학연수도 좋고 짧게 여행도 좋아. 외국어가 어떻게 삶에 무기가 되는지를 꼭 이해했으면 좋겠다. 이과면 이과라서 영어하고 문과면 문과니까 영어 하렴. 


2. 정치 인강 들어라 EBS 얇은 걸로 


11월에 수능 치고 나면 세상 다 끝난 듯 누워서 휴대폰 보면서 놀지 말고 EBS 들어가서 정치과목 인강을 들어야 해. 이것도 선택 아니고 필수. 우리나라 교육 과정상 이과는 말할 것도 없고 문과들도 정치와 법 선택을 안 하면 우리나라 선거제도 하나 모르고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너희가 투표를 하게 될 때 최소한 어떤 선거를 하는지, 투표용지는 왜 이렇게 많은지는 알고 있어야 해. 다 듣기 싫어할 거 다 아니까 강의수 제일 짧은 걸로 골라서 투표제도 부분만 꼭 들어라! 


3. 술은 억지로 마실 필요 없다


1월부터 술 마실 거라고 신나 있는 너희들이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참 걱정스럽다. 한국에서 술은 굉장히 특이한 사회 문화라서 때때로는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거야. 예를 들어 대학에 처음 들어가면 만나는 선배의 존재는 오롯이 너의 선택대로 행동하기가 어렵게 만들지. 근데 딱 하나만 기억해라. 주량은 타고나는 거고 불가능한걸 억지로 할 필요 없다. 강요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고 그런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리려 노력할 필요도 없어. 미성숙한 어린 어른들이 술을 이용해서 친해지려고 하는 그 순간만 짧게 즐기렴. 


4. 옷은 단정하게, 손톱은 깔끔하게, 자세는 바르게


아직 부모님 손을 벗어나지 못한 열아홉 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건 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패션피플이 되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쓰라는 것도 아니다. 옷은 단정하고 상황에 적절하게 그리고 손톱은 깔끔하게 관리해. 자세가 올바른 사람은 호감을 얻기 쉬우니 구부정하게 있지 말고 똑바로 앉아보자


5. 인사 잘해라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든 인사를 크고 정확하게 잘해야 해. 말끝을 흐리지 말고 정확하게 인사하렴. 인사는 모든 관계의 시작이고 끝이야.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늘 만나는 사람을 또 만날 때도, 누군가와 헤어질 때도. 

인사를 잘하자 


너희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고, 또 많은 사람들과 헤어지게 되겠지. 그때마다 적절하게 인사를 잘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바래. 


마지막으로 쌤의 모든 이야기의 교훈은 착하게 살 자인 거 기억하지? 

언제 어디서 누굴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까 착하게 살자 우리. 



사랑하는 고3들아 

너희는 영원히 아이가 아니겠지. 나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게 될 거라는 사실이 어쩐지 간지럽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네. 


'아 착하게 살라던 영어 선생님이 있었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 좋은 직업은 없다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