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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Nov 29. 2023

이별 또한 나의 일이라면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47


수능이 끝나고 새로운 수능특강이 나오기 전까지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 아직 나는 수능 이틀 전, 고3 종강 수업 날에 멈춰있다.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최선을 다하세요'


마지막 수업, 무슨 멋진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걸까? 매년 고민하지만 최선을 다하라는 말 외에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수능 그거 별거 아니야라고 말하기엔 이 시험은 누군가에게 너무 중요하다. 대학 가면 다 해결된다고 거짓말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너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올해도 결국 최선을 다하라는 진부한 말로 수업을 끝낸다. 익숙한 뒤통수들이 교실을 빠져나가는 것이 아쉬워 괜히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한다. 처음 만났을 때가 13살, 동그랗고 장난기 많던 얼굴들이 떠나간다. 주기적인 이별이 강사 일의 일부라면 그 또한 잘 견뎌내야지. 





수능과 동시에 고3 수업을 종강했다. 스타강사 이지영 선생님이 말하길, 일 년에 한 번 있는 달콤한 휴식이 수능 끝난 직후 일주일이라고 했나? 동네학원 강사는 그런 거 없다. 11월에 폭풍 같은 중3의 기말고사가 끝났고 중1, 중2 그리고 고1, 고2의 기말고사를 진행한다. 중3은 중3대로 고입을 위한 예비고 과정을 시작하니 사실상 여유 있는 건 고3 본인들 뿐이다. 


괜히 마음이 몽글해져서 수업에 힘이 빠질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괜한 허전함에 학생들을 다그친다. 얘들아 열심히 하자, 우리 후회 없이 더 열심히 해서 수능 끝나고 꼭 웃으면서 보자 


누군가는 원하는 성적을 받았을 거고, 누군가는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시험이란 그런 것이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을 해주고 싶다. 너희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데 나의 작은 재주가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텐데. 어떻게 하면 너희가 더 쉽게 외울까,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은 겨울밤. 정든 학생들을 보내고 또 새로운 학생들을 키워낼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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