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로 쓰는 영화감상기 3
윤성호 감독의 영화를 많이 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꽤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지금까지 본 두 편의 영화는 모두 내 왓챠에서 별점 5점을 기록했으며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대략 4번 정도 봤다. 그의 영화가 그렇듯이 영화에는 본인을 은유하는 듯한 등장인물들이 다소 출연한다. 아마 애초에 이 영화의 주인공 류영재의 본명은 윤성호일지도 모른다. '은하해방전선' 영재의 직설적인데 양으로 따지면 되게 많고 또 어딘가 돌려돌려 말하고 부연설명까지 자주자주 덧붙이는 화법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윤성호의 발화와 같은 모양새이다. 그리고 그 화법은 '은하해방전선'의 핵심이기도 하다. 영화는 끊임없이 많은 말과 에피소드를 쏟아내는 데 그에 대한 본질은 영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재와 은하의 웹캠에서 약간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고 은성과 영재의 채팅에서는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소한 우연과 빈말들이 모여서 영화의 핵심을 만든다. 가운데가 비어버린 도넛과도 같은, 서툰 연애와도 같은 영화 '은하해방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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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은하해방전선'을 달아놓고 왠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더 많이 논하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일단 마음대로 써봐야겠다. 감독이 몇몇 배우들을 무지 좋아하는 것 같다(아님 친한 건가). 뭐...박혁권이라던가..임지규라던가...서영주라던가...다들 독립영화에 특화된 인물들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것때문에 좋아하는 건 아니긴 한데 나도 그 배우들을 참 좋아한다. 드라마도 좋고 특히 영화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혁권의 기혼연기라거나 임지규의 찌질한 모습이라거나 서영주의 시크한 매력을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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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미에서, 혹은 군데군데에서 영재는 자신의 말많음에 대해 자책하는 모습이나 미안해하는 모습을 자꾸만 보인다. 그러한 말많음은 결국 실어증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생기는 오해들은 '그게 다 영화가 되는거야'로 이어진다. 중요한 말들이나 대중들에게 전하는 말들은 모두 실없는 악기소리가 되어 새어나오고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빈말을 던졌을 때 그 것은 정직한 발화가 되어 나온다. 의외로 영재 본인도 말이 나왔을 때 그러네, 하며 덤덤해한다. 내가너의이름을불러주었을때너는나에게로와꽃이되었다는 김춘수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다.
원래 빈말이 더 잘 먹힐때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한 발화가 어떠한 클라이막스나 결말을 불러올 수도 있다. 웹캠 대화에서 영재가 내뱉는 단어들 역시 진심이 가득 담겼지만 통하지 못했으므로 빈말이다. 내가 이 플랫폼을 이용해 게시하는 글들도 누군가에겐 빈말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게 다 영화가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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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호시절은 아마 끝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마도 버티고 있고 상대방에게 가끔은 눈치를 주고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감정을 드러내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상대방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그쪽도 참는 것이 생기고 약속들은 하나 둘 꺾여가며 가끔은 눈치를 본다. 그래서 난 자꾸 말이 많아지고 상대방은 은유한다. 연애의 서툰시절이 시작되었다. 영화는 이제 막을 올린다. 가끔은 호시절을 추억하며, 이제는 영재 6호나 은하3호가 될 순간을 숨죽여 지켜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