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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즈메이즈 Feb 07. 2023

시간강사, 기간제 교사와 면접

기간제 교사로 살아남기 7

 기간제 교사가 될 예정이라면 면접을 봐야 한다. 운 좋게 계약연장이 되거나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그렇다. 면접을 안 볼 것 같은 자리에서도 면접은 무조건 본다.


 나는 기간제 면접을 크게 둘로 나누어 생각한다. 첫 번째. 경쟁자가 있는 면접, 두 번째. 경쟁자가 없는 면접이다. 첫 번째 경우의 면접을 본다면 어느 정도 면접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본인 스펙에 강점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학교를 찾는 것도 나은 방법일 수 있다. 다만 학교마다 강점과 한계점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학교에서는 나이 어린 사람을 뽑고 싶을 수도, 어떤 학교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을 뽑고 싶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 어떤 강점을 원하는지 알 수 없을 때에는 일단 면접을 보는 게 옳은 방법일 것이다. 두 번째 경우의 면접은 크게 준비할 게 없지만 이상한 대답으로 인해 채용이 불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성실히 고민하여 대답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강사를 세 군데 학교에서 했었다. 서울에 있는 A중학교는 워낙에 급하게 구인을 하고 있었다. 넘치는 시수를 메울 사람이 필요했다. 엄밀히 말하면 내 전공과는 다른 과목이었지만 그땐 나도 아무런 경력이 없었고 해당 학교에서도 강사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이 쉽게 이루어졌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시점이어서 면접은 전화로 이루어졌다. 집이 먼데 출근이 괜찮은지, 전공과 가르칠 과목이 달라도 가르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원격수업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출근은 괜찮았고, 해당 과목을 학원에서 가르쳐 본 적 있었고, 원격수업은 이전에 화상과외를 많이 해봐서 문제없다고 하니 곧바로 채용되었다.



 경기도에 위치한 B고등학교는 모의고사 출제를 위해 빠진 자리를 채울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전화로 미리 논의를 하고 계약서를 쓰기 위해 학교에 가기로 했다. 면접을 본다는 말은 없었는데 교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면접이 진행되었다. 시간강사는 이렇게 졸속으로 면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항상 대비해야 한다. 교감과 교무부장, 해당 과목 선생님 3명 정도가 들어와 꽤 무거운 분위기였다. 학교 측에서는 학원에서 해당 과목을 가르쳐 본 적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교재를 썼는지, 코로나 때문에 급식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밥을 먹을 계획인지, 곧 대면 수업을 할 텐데 학생들이 많이 거칠어도 괜찮은지 물었다. 나는 수능특강을 기본으로 한다, 주변에서 사 먹거나 도시락을 싸 올 계획이다, 거친 학생들을 많이 봐서 큰 문제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여담이지만 그 학교의 학생들은 정말 거칠고 무서웠다. 



 C중학교는 강원도 소도시에 있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했지만 자차 없는 내가 찾아가기에는 어려워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교감이 전화를 걸어 일단 한 번 오면 해결(?)될 거라고 말해주셨다. 의문을 품고 찾아갔더니 역시 바로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당 학교에서는 교감과의 독대 형식으로 면접이 이루어졌다. 왜 본가 옆에 있는 ㄱ대학이 아니라 ㅎ대학을 나왔는지,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지, 오는 길에 카풀을 한다면 같이 탈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ㅎ대학이 더 좋은 학교라서 갔다, 다양한 과목은 가르쳐 본 적 많아서 문제없다, 카풀이 있다면 감사히 타고 싶다 등의 답변을 했다. 그날 당장 계약서를 썼다.



 D고등학교 역시 강원도 소도시에 있었다. C와는 다른 도시였지만 둘 다 익숙지 않은 나에겐 비슷한 느낌이었다. D고등학교에서는 1학기 동안 기간제 업무를 할 사람을 급하게 구하고 있었고 나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래서 경쟁자가 없을 줄 알았다. 면접 복장도 다소 편하게, 준비도 설렁설렁했다(준비를 아예 안 했다는 게 정확하다). 막상 교무실에 들어가니 다른 분이 미리 와서 대기하고 계셨다. 그분은 40대 초반의 누가 봐도 경력과 내공이 엄청 나 보이는 선생님이었다. 교감실이 교무실과 따로 분리가 안 돼 있어서 그분의 면접 내용이 다 들렸는데 말을 너무 잘하셨다. 의욕이 싹 사라진 채 멍청하게 내 순서를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어 교감실에 들어가니 교장, 교무부장, 전임자가 앉아있었다. 공간이 협소해서 갑자기 긴장이 확 풀어졌다. 질문과 답변은 대충 이랬다.


Q. 고3 수업은 수능에 맞춰하는 것이 중요한데, 1학기 진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1학기만 일하는 자리여서 이렇게 물어본 것 같음)?

A. 고3 수업의 핵심은 수능 진도에 맞추어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도 빠트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수능특강을 1학기에 전부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념 습득과 문제 풀이 능력을 고루 기를 수 있도록 수업하겠습니다.


Q. 우리 학교 학생들은 타 학교에 비해 이해력과 문해력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수업 방식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나?

A. 이해력과 문해력의 기초는 탄탄한 어휘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중 나오는 어려운 어휘들에 대해 최대한 쉽게 풀이하여 설명할 것입니다. 또한 평소에 제가 수업에서 사용하는 빈칸 학습지에 주요 어휘를 적으면서 한 번 더 외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업 중 활발한 토론 활동을 통해 수업에 관련된 자료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며 타인의 의견을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Q. 고등학교 생기부에서는 과목별 세특이 중요하다. 세특을 다양하게 적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걸 생각하고 있나?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토론 활동, 진로와 관련된 법 조사 등의 수행평가와 발표, 수업 중 다양한 소규모 활동 등을 통해 세특에 더 많은 내용을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시간강사만 하면서 업무를 맡아본 적이 없는데, 업무를 할 수 있는가? 업무를 하게 된다면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가?

A. 학생들이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 업무에 관심이 많아 해당 업무를 맡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업무를 주셔도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외에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들이 몇 가지 있었다. 면접은 20분 정도 진행이 되었다. 다음 날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는데 아마 면접을 잘 봐서... 라기보다는 해당 학교에서 나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을 원해서 뽑힌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임용 1차를 붙었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일했던 학교는 C중학교였다. 시간강사 때의 일이 인연이 되어 기간제를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교육지원청을 통해 뽑는 자리였기 때문에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에서 면접을 봤고, C중학교와 관계없는 다른 학교의 교감이 혼자 면접을 진행했다. 나밖에 지원자가 없어 면접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질문들은 위의 학교들과 거의 비슷했지만 특이한 질문들이 간혹 있었다. 그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Q. 주말에 학생들을 통솔할 업무가 있다면 주말을 반납하고 출근할 수 있는가?

A.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일이 없는 한 당연히 출근할 수 있습니다.


Q. 최근 MZ세대가 교사가 되는 일이 많이 생기면서 교원 간의 팀워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본인도 MZ세대에 해당하는데 개성을 많이 드러낼 예정인가(개인적으로 이 질문이 제일 이상하고 기억에 남음)?

A. MZ세대라고 해서 다들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팀워크를 망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가 겪은 MZ세대 선생님들은 기존 세대 선생님들의 의견을 존중하려 노력하시고 수업도 창의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간혹 학습 공동체를 어지럽히는 교사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MZ세대라서는 아닐 것 같고, 저 역시 MZ세대라는 이유로 개성을 과하게 드러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개성이 공동체의 발전, 수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면접이 진행되었고 질문의 특이함과 관계없이 면접 분위기는 아주 훈훈했다. 면접이 아니라 그냥 맥주 한 잔 하면서 편히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위와 같은 식으로 면접을 하면서 시간강사와 기간제 일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면접에 아주 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글로 적어보면서 차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면접을 대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한 번 정리해 보았다.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될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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