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발시기에 런던으로
코로나를 피해 안전한 한국으로 왔다. 채용이 취소된 것은 너무 아쉬웠다. 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이 무서우면서도 막상 취소되니 난 언제 그런 회사에서 일해보나 원망스러웠다. 아직 난 졸업하려면 6개월이 남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그러다 영국 인사팀에서 갑자기 다시 연락이 왔다. 며칠 후에 통화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재채용 제안이었고 연봉도 그나마 합리적인 수준까지 올려줬다.
합격을 하니까 다시 고민됐다. 과연 가는 것이 맞는가? 괜찮은 회산가?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때 나는 주변 친구들, 가족, 교수님 등 조언을 구했다. 부정적인 반응 반 긍정적인 반응이 반이었던 것 같다. 대학원이 한 학기가 남았지만 코로나 상황이라 온라인으로 이수도 가능했다.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기 위해 가서 만약에 별로면 인턴한셈 치고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후 오퍼를 억셉하기로 했다.
코로나 상황이라 회사도 정신없었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시작일을 정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영국 인사팀이랑 소통이 잘 안 됐다. 답이 너무 느리고 애매모호해서 답답한 기억이 많고, 입사하기 전부터 회사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비자도 미리 입국해야 된다느니 한국에서 미리 발급받고 가야 된다느니 혼란스럽게 했다. 그 와중에 또 정부 웹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다시 한 달간 올려놔야 한다고 했다. 왜 내국인을 뽑지 않고 외국인을 뽑는지 증명하기 위해 한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절차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때 더 나은 사람이 지원해서 내가 채용취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면 또 담담히 받아들여야지 생각했다. 혹시 모르니 다시 국내 회사 지원도 시작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어떻게 취업비자가 나왔고 오퍼를 억셉하고 약 6개월이 지나서야 에어비앤비를 예약하고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출국 일주일 전에 싱가폴에 있는 보스로부터 조금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내가 들어가는 팀은 런던, 싱가폴, 시드니 세 도시에 나눠서 배치되어 있었는데, 런던 사수가 아파서 일을 쉬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나를 또 다른 도시로 재배치시킬 수 있으니 런던에 가서 장기 렌트 계약은 지양하라고 말했다. 이걸 왜 이제 말하는지 싶었지만 미리 알았어도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지금은 그냥 원래 계획대로 런던에 가면 됐었기에 일단 알겠다고 했다. 애써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2020년 10월 영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올타임하이를 찍고 있었다. 오퍼 이후 회사와 소통도 안되고 답답한 부분이 많았기에 드디어 영국을 간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때마다 마음에 안 들면 한국 돌아가면 된다, 난 인턴을 하는 거다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인천이나 히드로나 공항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런던에 도착하니 마스크 쓴 거 외엔 생각보다 모든 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 보였다. 내가 예약한 에어비앤비는 타워 브릿지 근처의 아파트여서 뷰가 너무 좋았다. 호스트는 런던에서 나와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네덜란드인이었다. 나이도 내 또래라서 도움이 많이 됐고 이후로도 여러 번 그 친구와 만나기도하고 아직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는 고마운 친구 사이가 됐다.
에어비앤비 살면서 나는 3명이 사는 한인 쉐어하우스에 렌트계약을 체결하고 이사를 갔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런던 첫 직장인 생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