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쌤 May 05. 2020

미국의 재난지원금, 누가 얼마나 어떻게 받나?

코로나 재난지원금, 이걸 받으면 살림살이 나아지겠습니까

코로나로 인해 각국에 엄청난 경제적 여파가 예상된다. 일단 여행, 운송, 패션, 외식 등 업계는 아예 3개월을 통으로 날렸으니... 게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제 봉쇄를 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코로나 사태를 해결한 한국 (내 의견이 아니라 미국 미디어들 논조)과 다르게 미국은 아직도 확진자가 하루에 25,000명, 사망자는 1300명 넘게 나오는 데다가, 지금 각 주에게 가게들 문을 열라고 압박하고 있는 백악관에서 추산한 수치에 의하면 사망자 수가 당초 예측치의 두 배 정도로 늘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왜 문을 열라고 압박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고생할 때 한번 경기부양책으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 적이 있는 미국은 따라서 빠르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지었다. 초기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알력 다툼이 있었다. 공화당 쪽에서 국민과 중소기업들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업종(대표적으로 호텔?)의 회사들에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심지어 어느 회사가 받아서 어디에 썼는지 6개월간 공개하지 않아도, 재무장관 므누신의 결정에 따라 500조 원을 뿌릴 수 있다는 규정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민주당이 걸고넘어져 합의가 늦어지자, 당장 한 달 생활비가 급한 국민들은 민주당만 비난하고... 결국 좀 더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초당파적 협력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누가 얼마를 어떻게 받는 걸까. 우선 미국인 1인당 $1200 (한화 약 1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아직 만 17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는 인당 $500 (60만원)이다. 한국보다 확실히 액수가 세다. 다만 전 국민 지급을 결정한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소득기준이 있다. 외벌이나 싱글의 경우 연 $75,000 (약 9500만원) 이하로 번다면 $1200을 온전히 받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 소득이 $100 늘어날 때마다 조금씩 깎여서 소득이 $99,000 (1억 2500) 이 되면 받을 수 있는 건 0이 된다. 맞벌이하는 부부의 경우 연소득이 $150,000 (1.93억) 아래라면 두 명 합산해서 $2,400 (300만원)에서 $198,000로 증가할수록 지원금이 줄어든다. 물론 미성년자는 소득을 버는 주체가 아니므로 부모의 소득과 관련 없이 1 인당 $500는 나온다. 만일 소득이 $150,000 인 맞벌이 부부가 아이 둘을 함께 부양하고 있다면, $3,400 (430만원) 전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하나라면 $2,900, 셋이라면 $3,900. 만 17세가 넘는 고등학생 고학년이나 대학생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본인이 소득이 있었고 이에 대해 세금신고를 했다면 본인 앞으로 $1200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부모가 세금 신고 시 대학생 자녀를 부양자로 포함해서 신고했다면, $500이나 $1200을 받을 수 없다.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2018년이나 2019년에 세금신고를 했어야 한다. 회사에서  연말정산을 해주는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개개인이 4.15일까지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2019년은 올해 코로나 때문에 데드라인을 7월까지로 연장되었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의 기준 또한 2018년 세금보고서도 인정해 주게 되었다. 물론 연금을 받아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나 장애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는 세금 보고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미국 국적이 아니어도 받을 수 있다. 영주권자는 물론이고, Social security number (SSN) -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인데, 이게 있어야 미국에서 일할 수 있다 - 만 있다면 가능하다. 미국의 저소득층의 경우, 외국인 중에는 불법체류자도 많고 SSN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경우에는 안타깝게 받을 수 없다. 방법은 별도의 신청이 필요하지 않고 세금 신고 시 등록했던 계좌로 들어온다. 물론 해당 계좌를 닫았거나 한 경우에는 수표로 날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 푼이라도 절실한 저소득층부터 지급하는 이 수표의 경우, 고소득자는 8월 말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요즘은 $1,200 한번 갖고는 택도 없으니 이걸 몇 번 더 줘야 한다는 아우성도 많다.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 것은 3월 25일이며 4월 11일 언저리부터 사람들이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대략 보름 정도 걸린 셈.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혼선이 동반되었다. 같은 회사에 다니고, 비슷한 나이의 애들을 키우고 소득도, 지역도, 심지어 성(last name)이 비슷해도 누구는 들어오고 누구든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유를 알 수도 없고 어디에 물어볼 데도 없다. 하두 사람들이 난리법석을 떠니 미국 국세청에서 get my payment라는 링크를 만들어서, 내 돈이 어디 있는지, 언제 들어올 건지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처음 며칠간은 아예 접속도 안되었고, 마침내 접속이 된 이후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는 "너의 지원 자격을 지금은 알 수가 없어. 다음에 또 접속해 봐라"의 메시지만 떴다. 물론 개중에는 실수로 아이 한 명 분은 안 나온 사람도 있고, 더 나온 사람도 있는데, 지금은 국세청에 전화해 봐야 통화도 어렵고 답변해줄 것 같지도 않으니 그저 무작정 기다릴 뿐이다. 


어쨌든 싱글 기준 150만 원, 아이 둘을 키우는 4인 가족 기준 400만원이니 적은 돈은 아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경제난이 이제부터 시작일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 금액이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걱정이긴 하다. 싱글들은 대부분 독립해서 살기 때문에 월세 부담이 있고, 아무리 후진 방, 심지어 반지하에 화장실 공용인 방 한 칸만 빌리더라도 $500 이하는 찾기 힘들다. 가족이 많은 이들은 들어갈 생활비도 많을 터. 미국 사람들은 매월 모기지 부담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직장을 잃고 수입이 팍팍 줄어들었다면 아무리 아껴도 이 재난지원금이 한두 달 이상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아서 걱정이다. 

   

엄청난 혼선을 야기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중소기업 (자영업자 포함) 지원 프로그램이다. 식당 사장님도, 1인 프리랜서도 세금만 신고해 왔다면 받을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2500조 원짜리 합의안 (한국 정부 2020년 예산의 5배란다...그거 누가 다 갚으라고...)의 큰 부분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므누신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트위터에도 엄청나게 홍보했다. 우선 Economic Injury Disaster Loan (EIDL) - 재난지원 대출을 제공하는데, 우선 중소기업들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 대출금액 중 $10,000까지는 신청일로부터 3일 이내에 제공해 주기로 했다. 만일 차후에 대출금액이 거절되면 안 갚아도 되는 공돈이란다. 당연히 엄청나게 지원자가 몰렸고, 사이트가 마비되어 다시 만들어야 했고, 3일이라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던 정부는 무척이나 욕을 먹었다. 게다가 "$10,000까지(up to)"라는 단서가 분명히 있긴 했으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인지 정부가 발표할 때 그 문구를 슬그머니 빼 버려서 정말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EIDL 선급금 = $10,000"이라는 헛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정부는 짠 하고 이 안을 발표해 놓고, "이제부터는 Small Business Administration (SBA, 미국의 중소기업진흥청)이 알아서 할 거야!"라고 했는데 SBA의 반응은, "응? 우리가?"였다. 들은 정보도 없고 제대로 된 지침도 없는 상황에서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SBA 직원들만 죽어났다. 3일은 커녕 13일 넘어가도 감감무소식이던 이 대출프로그램은 결국 한달쯤 후 재원 부족으로 종웝원 1인당 $1,000만 지급되기 시작했고 아직도 못 받은 이들이 부지기수다. 여기에 정부는 Paycheck Protection Program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이 장사를 못하는 상황에서 피치 못하게 사람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고용 수준을 유지하는 이들에게는 종웝원들의 2.5개월치 월급을 대출해 주는 것. 월급뿐 아니라 사업장 월세나 모기지, 전기세 등으로도 쓸 수 있지만 75% 이상을 월급으로 지급하고 고용 수준을 유지했다면 역시 탕감 가능하다. (별도로 실직한 사람들은 실업급여가 주당 $600 지급된다. 그래서 교포 커뮤니티의 식당 사장님들 중에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종업원 분들이 이 실업급여를 받는 게 일하는 것보다 수입이 많아서 봉쇄가 풀려도 안할 거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 역시 발표되자마자 엄청나게 신청자가 몰렸다. 이는 SBA가 주관하지 않고 각 금융기관에서 이루어지는 대출의 성격을 띠는데 (대신 정부가 보증), 전국의 은행 직원들은 정말 주말도, 밤낮도 없이 일해야 했다. 문제는 단 몇 만 불만 있어도 거리로 내몰리지 않을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을 무시하고, Shake Shack, Ruth Chris Steakhouse 같은 대형 외식체인들이 몇백억씩 타 가 버렸기 때문이다. (500명 이하의 중소기업으로 한정지었던 초기 합의안을, 공화당이 지점당 500명으로 바꿨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은행들은 이런 대형업체들의 대출을 우선적으로 처리했고 2주만에 PPP의 잔고는 바닥이 나 버렸다. 분노한 사람들은 이런 회사들을 비난하며 불매운동을 벌일 조짐을 보였고, 이들 중 상당수는 받기로 했던 공돈을 토하기로 약속했고 정부는 긴급하게 추가 수혈을 해서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많은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한 달이 넘어가는 (EIDL) 혹은 다 되어가는 (PPP) 지금도 애태우며 기다리고만 있다. 아마 우리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했다면, 정말 가루가 되이도록 까였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다. 공짜 돈을 받는 건 좋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보려 해도, 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 행정부는 무자비하게 돈을 풀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으려고 하고, 재선이 안되면 그 빚은 고스란히 다음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1,200을 받고 다시 이 사람 찍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론 어려울 때 손 잡아준 이웃이 가장 고맙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지만, 아이들이 이 나라에서 살아갈 나로서는 걱정도 된다. 이것 말고도 문제가 많은 나라라. 또한 코로나 사태는 미국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를 만천하게 드러내 주었다. 하위계층은 당연하고, 중산층 중에도 재난지원금 $1200이 없으면 당장 생계유지가 곤란한 이들이 있다 - 수준이 아니라 많다! 기본적으로 빚을 깔고 살아가야 하는 시스템인 것도, 퇴직연금 외에는 저축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국가의 재난지원금이라는 게,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걸러 그들에게는 더 많은 지원을 해 줘야 할 텐데, 빠른 스피드가 생명이다 보니 그건 아무래도 어려우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카리브해 신혼여행, 장고 끝 악수가 되어버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