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듣는다는 것은 어떤 깊은 지혜나 말재주, 따뜻한 마음 혹은 그저 침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듣는다는 것은 시간과 관련이 있다. 책에서 모모는 집도 가족도 없는 아이지만, "넘치게 풍성하게 가진 것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삶"이다.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를 진짜로 듣기 위해서는 나의 시간을 멈추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시간, 내가 살아왔던 과거의 삶에 이어져 있는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 위해서 마치 영원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처럼 나의 조급한 시간표를 온전히 잊을 때 비로소 타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21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