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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한날의꿈 Feb 02. 2018

서로를 빛나게 하는 눈부신 친구들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지음, 한길사 펴냄(2016)

“언니는 착하고 그 언니는 못됐다고. 공부도 언니가 훨씬 잘 하고 그 언니는 못 한다고 애들이 그러던데.”


초등학교 6학년 때, 나와 같은 반 친구를 두고 이런 소문이 났다. 들으면서도 기분이 좋기보다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비슷한 듯 달라서 친해지는 건데 사람들은 꼭 둘을 저울질하고 어느 한 쪽을 우위에 둔다. 착하고 못됐다는 정의도 그렇다. 마음이 여려서 제 목소리 못 내면 착하다 하고, 똑 소리 나게 할 말 다 하면 못됐다 하니 그건 아니다 싶다.


<나의 눈부신 친구>속 두 친구, 레누와 릴라도 이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나(레누)는 평범해서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으려면 고분고분해야 했고 그래서 착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성에게 인기도 없었다. 이에 반해 릴라는 늘 못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똑똑했다. 말라깽이에 허름한 옷을 입어도 늘 빛이 나는 아이여서 이성에 인기도 많았다. 이 둘이 유년기부터 사춘기를 함께 보내면서 겪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1940년대와 50년대 속 이탈리아 나폴리라니 배경이 생소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며 그들의 유년기와 사춘기를 상상하려 애썼다. 시대적 배경은 그렇다 쳐도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읽다보니 또 납득이 되었다. 가난에 찌들어 있고 폭력이 난무하며 여자의 인권이 바닥인 그 시대 속 이탈리아는 어느새 그 시절 우리나라로 살짝 바꿔도 그렇게 무리는 없어 보였다. 이런 게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문학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똑똑한 릴라는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채 구두수선공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고등학교가 어떤 곳인지도 몰랐던 평범한 레누는 결국 고등학교까지 진학하게 되었다. 전혀 다른 길을 걸어야 했기에 둘의 관심사와 가치관은 차이가 있어 보였다. 그랬기에 둘은 서서히 멀어지지 않을까. 했으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라틴어와 그리스어, 영어까지 독학했던 릴라는 레누에 뒤지지 않았고 글쓰기에서는 오히려 더 돋보였다. 이런 친구에게 시기심이 생기지 않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은 모두 친구를 마음에 두는 상황 앞에서 질투가 일어나지 않을까. 시기나 질투보다 우정이 더 컸던지 둘은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끼치며 함께 자라고 있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평범한 레누가 독특한 릴라를 향한 찬사로 이해하며 읽어나갔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릴라는 레누를 향해 고백한다.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릴라를 만나 레누는 눈부신 친구가 되고 있었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고귀한 가치가 친구로 인해 빛을 발한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레누를 만나 릴라도 더욱 세련된 빛을 내뿜으며 성숙하고 있다. 그렇게 레누와 릴라는 서로를 환하게 빛나게 해주는 ‘눈부신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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