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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한날의꿈 Feb 02. 2018

익숙한 삶에 반대하는 목소리

광안리 바다에 하얀 호텔이 하나 생겼다. 시선을 끄는 독특한 호텔이라 가까이 가보았는데 첫눈에 “no kids zone” 표지가 눈에 띄었다. 아이는 들어갈 수 없다 했더니 아홉 살 아이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 표정 안에는 내가 왜? 어째서? 말도 안 된다는 억울함이 들어 있었다. 평소에 노키즈존을 보더라도 별 생각 없었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대단한 차별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지금, 여기서 가장 이슈가 되는 단어를 찾으라면 단연 ‘혐오’와 ‘차별’이라 하겠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괜찮지 않은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래도 괜찮다며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이 사회에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하고 대놓고 말하는 책이다.


  층간소음, 노키즈존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적재산권이란 대단한 권리,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지만 우리 동네에 장애학교는 안 된다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 유리천장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만 설명하기 부족한 여성과 인종에 대한 차별, 피해자에게 역으로 책임을 묻는 왕따나 폭력 등을 고발한다. 1장에서 ‘절대적 죄의식이 부족한 우리들의 민낯을 비판’한다. 이 민낯은 바로 우리 모두의 얼굴이기도 했다.


  2장에서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속시원하게 밝혀준다. ‘세상이 자신을 흉볼 것을 두려워하는 수치심 많은 인간들의 강박’을 다룬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강박, 돈과 소비, 시간, 체면, 신체에 대한 강박은 다른 사람들의 눈과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생기는 수치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정상이라 여겼던 많은 현상 이면에 숨어있는 그릇된 수치심을 하나씩 짚어 줄 때 뜨끔거리며 움찔하게 됐다.


  저자 오찬호는 늘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3장에서 이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자기계발과 같은 개인의 노력이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눈에 띄는 접근은 개인이 공동체 안에서 ‘객체’가 아닌 ‘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동적이고 책임감 없는 객체에서 능동적이고 자유와 책임을 아는 개체로의 삶이 집단과 공동체를 바꾼다. 정의와 자유가 보장되는 헌법 아래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며 일상 속에서 정치적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결코 삐딱한 책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을 마주할 때마다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의 경험과 글의 힘이 감정을 극단적으로 더 부추기게는 한다. 그만큼 생생하게 잘 쓴 책이다. 대신 좌절과 무기력으로 끝나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해 한 걸음을 떼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사회의 진보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삶과 반대되는 쪽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때 가능하다. 이 과정은 갈등으로 비춰지지만 갈등이 아니라 진짜 균형을 잡기 위한 성장통일 뿐이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도, 여성이 참정권을 얻게 된 것도,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것도, 그리고 학생의 두발 자유도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바위가 깨지든 말든 계란을 던진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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