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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한날의꿈 Feb 02. 2018

고작 책 한 권이

<당신에게 말을 걸다>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알마 펴냄

작은 책방에 자주 간다. 올망졸망 예쁜 책들이 놓여 있는 모습만 봐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메이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오히려 희소가치가 있어 보인다. 책이 많지 않아 꼼꼼하게 살펴보고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왠지 훗날 나도 독립출판사서 책을 내게 될 거 같아 더 정이 간다.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이 이런 작은 책방인 줄 알았더니 그냥 서점이었다. 프렌차이즈서점 말고 한 지역에서 오래도록 있어왔던 지역서점 말이다. 내가 자라온 곳에 있었던 교학사나 스쿨서점 같은 곳이었다. 대신 매장 한가운데에 독립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이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니 고마운 맘이 들었다. 그럼 어째서 내가 들어봄직한 유명한 서점이 됐지? 60년의 역사와 3대째 내려오는 책방이라서 그런가? 일단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책방을 운영해오는 김영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한다.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의 제안으로 서점을 꾸리게 됐고 2년 남짓 서점살이 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저자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 때 '맞춤형 책 선물' 이벤트를 하게 되었단다. 신청자의 사연을 토대로 책을 추천해주려니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고작 책 한 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끊임없이 반문하고 망설이고 있는 자신과 대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작 책 한 권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면 세상의 그 무엇도 아무것도 아닐 거라며, 나는 괴롭다가도  알 수 없는 환희를 느끼며 주어진 일을 했다."(96쪽)

고작 책 한 권은 진정 위대하다. 고작 책 한 권은 이미 내 상상력을 강원도 속초에 데려다 놓았고 동아서점의 문을 열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작 책 한 권 때문에 지금 즐겁게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책에는 예전 동아서점 사진은 있었지만 새로 옮긴 현재 모습의 사진은 실리지 않았다. 어, 뭐지? 궁금하면 직접 와서 보란 말인가. 물론 가보고 싶다. 어떤 추천인의 말대로 속초 하면 '닭강정'과 '동아서점'을 떠올리게 되니 말이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 못 하지 싶어 페이스북서 살짝 봤다. 낮이든 밤이든 그 자태가 아름다워 보였다. 어, 서점 안도 보이는 거 같다. 까칠한 아들과 머리 희끗한 아버지가 별일 아닌 걸로 아웅다웅 한다. 책 한 권을 어디에 꽂아 두어야할지 고뇌에 빠져있는 주인장 모습도 보인다. 어설픈 손글씨로 정성껏 써둔 책 소개글도 귀여워 보인다.


  동아서점을 만나고보니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팔고 사는 행위만 이뤄지는 곳은 아니었다. 책을 사이에 두고 서점을 지키는 사람과 그곳을 찾는 사람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주인은 나름의 철학으로 책을 진열하거나 홍보하며 책소개를 한다. 손님은 그 의도를 읽으며 책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채운다. 10퍼센트 할인에 적립금과 굿즈까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인터넷서점을 자주 이용한다. 결제하고 바로 읽을 수 있는 ebook도 곧잘 사본다. 그러나 한번씩 발걸음은 서점을 찾게 되고, 책 냄새 가득 맡으며, 온통 책으로 포위당해 설레본다. '서점에 대한 예의'도 지켜 책 한 권은 꼭 산다. 앞으로는 동아서점 덕분에 더 자주 서점을 찾을 것 같다.


  언젠가 책을 내게 되면 <당신에게 말을 건다>같은 책을 쓴다면 좋겠다. 일상의 소박한 삶에 잔잔한 그리움이 묻어있는 책 말이다. 고작 책 한 권일지라도 그것은 대단한 것이 될 거다. 고작 책 한 권이기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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