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한날의꿈 Feb 02. 2018

영화처럼 감동있게 살아보기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씀, 바다출판사 펴냄

영화를 본 뒤 내 방식으로 의미를 찾아내고 감동과 여운을 느낀다. 그러다 감독이 쓴 글을 통해 영화를 만든 의도나 어떤 장면을 읽어내는 해석이 내 생각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기쁘다.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내가 잘 읽었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며 반갑다.


일본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쓴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읽다가 그가 만든 영화 <환상의 빛>을 보고 쓴 내 후기와 겹치는 부분을 발견했다.  

“<환상의 빛> 주인공처럼 가슴속 슬픔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인간의 씩씩함이자 아름다움 아닐까요...모놀로그(독백)조차 되지 않을 뻔했던 이야기가 다이얼로그(대화)가 된 점은...의미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78쪽)

나는 이렇게 글을 썼다.

“그녀의 독백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계속 된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묻는다...그녀의 질문이 독백에서 대화로 바뀔 때 내 속에 안도감이 생겼다...재혼한 남편에게 오래된 물음을 물으며 죽음을 입밖으로 내게 됐을 때, 이제 됐다 싶었다.”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영화 <환상의 빛>, <공기인형>,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를 봤는데 이 작품들을 찍기까지 과정을 읽으니 이미 봤던 영화가 더 풍성하게 다가왔다. 미처 보지 못한 다른 영화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감독의 이야기를 나중에 들어도 좋고, 감독의 의도를 먼저 읽고 영화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둘 다 재미가 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읽으며 영화를 둘러싼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란 사람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아이들을 촬영할 때 신경 쓰는 점은 어른 이상으로 존경하며 찍으려고 의식하는 것입니다. 아이도 한 인간으로서 어른 배우와 똑같이 찍습니다.”(376쪽)

TV다큐멘터리나 영화를 찍을 때 고레에다가 만나는 인터뷰이나 배우를 대하는 태도에서 인간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만약 제 영화에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은 비일상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386쪽)

고레에다는 영화를 본 관객이 영화 속 일상을 통해 현실 속 일상을 돌아보고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를 바라는 거 같다.


영화를 보며 감독이 영화 속에 숨겨 놓은 메시지를 찾아 읽어내는 것, 일상 속에 그 메시지를 가져와 영화처럼 감동있게 살아보는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하는 것>을 통해 내게 알려준 이야기다.  

작가의 이전글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