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빠친구 아들은 군대갔다. 너도 군대갈래?
멀미가 난다. 어지럽다. 정말 너무 힘들다. 체력이 달린다. 이제는 말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는 유튜브 <강철부대>의 훈련 상황이 아니다. 나는 오늘도 강철부대 보다 훈련강도가 10배는 더 센 훈련을 하고 있다. 나의 훈련 교관은 나의 30개월 아들이다. 이 놈이다. 정말 인정 사정없다. 힘들다고 얘기해도 타협이 없다.
결혼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육아가 이토록 힘들다는 것을.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육아가 힘들다고 하는 얘기가 분위기 전환용 아이스브레이킹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친구의 육아 고충은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분위기용 농담도 아니었다. 그건 다큐멘터리였다.
그 당시 나의 친구를 힘들게 했던 아기는 지금 대학생이 되었다. 내 친구는 아들 육아가 힘들다는 나의 푸념에 박장대소를 하고 있다.
난 늙은 아빠다. 다행히 아직은 40대다.
'요즘도 유치원과 학교 운동회에서 아빠와 손잡고 달리기를 하나?'
아무래도 연초에 등록만 해놓고 쉬고 있던 헬스클럽을 다시 다녀야겠다.
이때 무언가 발견하고 내 손을 뿌리치고 달려간다. 오토바이다. 누구 것 인지도 모르는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수현아 이거 다른 아저씨 거야. 내려와"
"오토바이 탈 거야. 오토바이 타고 싶단 말이야."
"오토바이 위험해. 다쳐! 조심해."
"나 오토바이 타고 위험할 거야. 다칠 거야."
겨우겨우 끄집어 내린다. 그리고 아들을 안고 뛴다.
"나 오토바이 탈 거야. 나 다칠 거야. 나 위험할 거야~~"
소리소리 지르며 발버둥 친다.
이번에는 빵집으로 뛰어들어간다.
"나 빵 먹고 싶어."
그리고 빵 하나를 움켜잡는다.
다음은 과일가게다. 복숭아를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귤을 잡는다.
그러더니 수박을 발견했다.
"이건 무거워. 아빠 차가 없어서 이따가 사 올게."
"싫어 지금 먹을 거야. 수박 먹고 싶어."
낑낑대며 수박을 들려고 한다. 결국 바닥으로 떨어진 수박은 빨간 속살을 드러냈다.
자기가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해야 한다. 설득이나 협상이 통하지 않는다. 결국 또 내가 졌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달려간다. 잽싸게 아파트 화단 작업하는 아저씨의 삽자루를 뺏는다.
"이건 아저씨 거야. 아저씨 일하셔야 해. 이러면 안 돼!"
"싫어. 내가 할 거야!"
똑같은 대화가 20번 반복 중이다.
발버둥 치는 아들을 어깨에 메고 그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저씨의 삽자루를 뺏는다.
나의 아들을 이길 수 없다. 애초에 이기려고 한 내가 잘못이다. 결국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흔쾌히 삽자루를 주셨다.
"그래 열심히 삽질해라. 그냥 군대 가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