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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킷 30초 룰 환영

by 이경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8년 출판사에 투고를 하다가, 글쓰기 연습하기 좋은 플랫폼이 있으니 사용해 보라는 한 편집자의 권유 덕이었다. 편집자의 말대로 브런치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듯했다. 일단 UI가 깔끔하고, 자체적으로 맞춤법 검사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브런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출판사와 연계하여 출간 공모전을 펼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책을 내고자 했던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브런치로 모여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라이킷'은 글의 저장 역할을 했다. 언젠가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은 다른 이의 보석같은 글을 간직할 수 있는 기능이 '라이킷'이었던 것이다. 그런 라이킷의 기능이 어느 순간부터 여느 소셜미디어의 '좋아요'와 다름없는 버튼이 되어버렸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내가 가끔 '라이킷 빌런'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 그들은 누가 봐도 읽지도 않은 글에 라이킷을 눌러대며 자신의 구독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브런치 활동을 위한 '팁'이라고 떠들어댔다. 간혹 이런 '라이킷 빌런'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 실제로 그 라이킷 빌런들은 나를 차단하기도 했다. 재미난 건 그들은 차단 후에도 내가 쓰는 글에 좋아요를 눌러댄다는 것이다.


브런치를 사용하는 이들의 목적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진지하게 출간을 고려하며 글실력을 키우고 자신의 글을 진심으로 지켜봐 줄 찐구독자를 모으고 싶은 이들에게 '라이킷 빌런'들이 하는 무지성의 좋아요 클릭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브런치에서 이제 30초 안에 연속으로 라이킷을 누를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 글을 읽었는데, 뒤늦게나마 이런 기능이 생긴 것이 반갑다. 이제 무지성의 좋아요를 통해 구독자를 늘이고 친목질을 일삼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라이킷 빌런들보다, 진지하게 '좋은 글'을 우선 생각하는 작가님들이 더욱 드러날 수 있는 브런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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