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소나 책을 쓴다.

by 이경




가끔 소셜미디어를 하다 보면 ‘개나 소나 책을 쓴다.’는 문구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이 문구는 말하거나 듣는 사람에 따라서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는 듯하다.


가령 수준 낮은 책의 범람을 지켜보는 독자들이 이런 말을 하면 이것은 타당한 비판이 될 것이다. 만약 출간을 꿈꾸는 작가 지망생이 이런 말을 한다면 그때는 이미 책을 낸 누군가에 대한 질투로 보일 수도 있겠다.


몇몇 엉터리 출판 기획자나 고액 책쓰기 클래스에서 ‘개나 소나 책을 쓴다.’는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한다면, 이것은 자신들의 영업에 해를 끼치는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말로는 소위 긁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책이란 개나 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항변하는 식이다.


만약 책을 낸 사람이 이 발언을 하면 이것은 자조적인 유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유병재의 농담집 <블랙코미디> 서문에는 ‘개나 소나 책을 쓴다. 나 같은 놈 까지 책을 냈으니 말이다.’ 라고 쓰였다.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을 쓰면 긁힐 이유가 없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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