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서 출판사에서 나온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어느 바보의 일생>에 담긴 문체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문학에서는 간결체가 최고다, 하는 이야기인데 이태준의 <문장강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대부분의 작법서랄까, 그러니까 소위 글은 이렇게 써야 합니다, 하는 내용을 알려주는 책에서도 다들 짧게 써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설파하니까능, 아 정말 문학 작품으로 오래 읽히기 위해서는 간결하게 쓰는 것이 최고인가 싶기도 하다.
바로 위 문장처럼 너무 길게 쓰면 글러먹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글쓰기 선생님, 코치님, 강사님, 도사님, 박사님, 무슨무슨 님들의 가르침이고, 또한 오래전부터 검증된 내용이니, 글을 쓰겠다는 사람들은 역시 간결하게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겠다.
다만 나의 사정은 어떠한가 보면, <난생처음 내 책>에서 한 꼭지는 아예 문체 이야기만 하였을 정도로, 나는 문체를 중요시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꼭 간결하게만 쓰지 않는다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음악은 바흐에서 시작하여 비틀스에서 끝났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지금 쓰고 읽는 문학의 주제, 스토리 또한 대부분은 그리스 신화 정도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를 그저 스타일만 달리 변형하여 돌려 쓰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세상천지 새로웁다 할 만한 이야기는 개뿔 없고, 스토리는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 오로지 문체 만이 작가의 개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바, 문체의 재미가 개똥망이면 읽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번역을 해서 읽어야 하는 외서보다는 모국어, 한글로 쓰인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개중 최고의 문체라면 역시 60년 대의 김승옥이다. 일본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정신 나간 문체를 좋아하고, 페터 한트케도 분명 고유의 문체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게 오스트리아산 고구마 백 개쯤 삼킨 듯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도저히 소화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겠다.
여하튼 아쿠타가와, 이태준, 이런저런 선생님들이 다들 짧게 쓰라고 하니까, 짧게 쓰는 게 분명 옳을 텐데, 나처럼 가방끈이 짧고 배움이 미천한 인간들은 뭔가 대들고 싶어 하는 못된 마음이 있는 것인지 자꾸만 주절주절 중언부언 주어주어 서술어서술어 문장을 늘려가는 것이다. 바보.
이런 나라도 읽을 때는 역시 간결하게 쓰인 문장이 좋다. 간결체의 반대라 할 수 있는 만연체의 문장을 보면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엇갈리는 일도 부지기수이고, 나는 가벼운 난독이랄까, 그다지 좋은 독서가가 아닌지라 만연체의 문장을 읽다 보면 금방, 자주 문장의 흐름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쓸 때, 읽는 것이 아닌 이 쓸 때만큼은, 꼭 간결한 문체가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되고, 길게 쓰니까 뭔가 만담조로 주접을 더 재밌게 떨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역시 또 주절주절 중언부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간결하게 쓰라'하는 많은 어른들의 가르침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간결체가 옳다 하는 주장에 반대를 하는 이는 나 말곤 몇 사람 보기는 하였으나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뭐 문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도 누군가의 글을 읽었을 때, 아 이건 정말 영락없이, 틀림없이, 분명히 이 사람이 쓴 글이구나, 하는 걸 알아차릴 수 있는 스타일, 그 스타일이 바로 문체가 아닌가 하니, 그런 알아차림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대부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할 수 있지 아니하겠는가. 주절주절, 중얼중얼.
나에겐 과연 그런 스타일이 있는가, 자문자답을 하게 된다면 몰라요 몰라, 책이 일단 팔려야 저한테 그런 스타일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주실 거 아니겠습니까, 문체는 개뿔, 책이나 좀 사서 읽어달라 이겁니다, 네?
★문체 이야기 - 그래도 간결하게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