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인터넷 하는데 누가 '문인상경' 이야기를 꺼내 가지고, 아 그래그래 이거 너무 재미난 사자성어네, 글쟁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마음 가지고 있을 테지, 싶었다.
처음 책을 준비하면서 작가들의 아포리즘 책을 좀 보기도 했는데, 작가들이 말하는 주변 작가라는 게, 같이 어울려서 좋을 것 없는 부류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글 쓰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주변 작가를 믿지 않는 작가들의 이야기.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헤밍웨이를 만나 자신이 쓴 글을 봐달라고 말하지만 헤밍웨이는 이런 말을 하며 거절하지 않던가.
'못 쓴 글을 보면 짜증이 날 테고, 잘 쓴 글을 보면 질투가 날 테니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의 헤밍웨이의 발언이 '문인상경'의 마음이 아닐까.
나는 살면서 누군가의 글을 보며 오장육부가 뒤틀릴 정도로 심한 질투를 느껴본 적은 없다. 다만 어린 나이에 천재성을 발휘한 누군가의 노랫말을 보면서는 가끔 질투를 느낀다.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쓰기를 노랫말에서 배운 까닭인데, 며칠 전에는 문득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으으으 김동률은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쓴 거지, 하면서 질투를 느낀 것이다. 으으으.
가방끈이 짧아서 그게 콤플렉스라고, 그걸 원천으로 삼아 글쓰기를 한다고, 가끔 혹은 자주 농담처럼 말하곤 하는데 그게 사실 농담이 아니라 진짜인 것이다. 으으으 김동률 배우신 분, 이러면서. ㅋㅋㅋ 비슷한 부류의 작사가로는 젊은 시절의 이적, 김현철 등이 있겠다.
여차저차 하며 출간을 하고 나서는 사실 배움과 글쓰기는 별개의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문예창작과 등의 전공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나보다 훨씬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쭈글쭈글한 생각이 들면서도, 아니야, 조까, 내가 최고야, 내 앞길을 가로막는 자 모두 모두 비켜라,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쭈글탱이의 마음이 들다가 전투력이 필요한 시점이 오면 그때는 힙합을 들을 시간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드래곤은 아니지만,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아, 하는 '문인상경'의 마음을 가질 때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나는 글쓰기 합평을 해본 적도 없거니와, 합평이란 게 과연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의문도 품고 있다. 합평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많이들 상처를 주고받는다는데, 물론 착하고 선량한 천사표 사람을 만나 글쓰기 실력을 쑥쑥 키울 수도 있겠지만, 애시당초 상처만 받고서는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아이고 내주제에 무슨 글쓰기야, 하며 때려치우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가끔 합평하다가 마음의 상처를 심히 받았다는 누군가의 글을 접할 때면, 저 모임에는 동료 작가의 싹을 없애려는 작가 킬러가 있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킬러 또한 '문인 상경'의 마인드를 늘 품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고로 그런 비수와도 같은 말에 상처 받을 게 두려운 나 같은 쫄보 생키는 골방에 처박혀 독고다이로다가 혼자 궁둥이 붙여가며 사회성을 잃어가며 다른 글쟁이들을 미워해가며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문인상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합평을 안 하는 것인지, 합평을 안 해봐서 문인상경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글쟁이란 합평을 하든 말든 그런 건 모르겠고, '문인상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도록 생겨먹은, 그런 쭈굴쭈굴하면서도 오만방자하면서도 정신이 가끔 헷가닥 나가면서도 또 가끔은 더럽게 진지해져서는 재미 없어지는 그런 이상, 괴상, 요상한 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글 쓰는 사람들은 다 바보.
뭐,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