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글

by 이경


합정교보.jpg 짤은 아무 의미 없다.





일요일. 아들 1호 격리에 따라 종일 집에 있었다. 머리도 감지 않았다. 오후에는 머리가 좀 가려웠다. 커피는 마셔야 하니까, 잠깐 외출을 했던 아내에게 부탁하여 해결했다. 아이들은 오랜 시간 포켓몬스터를 봤다.


겨울철 전기장판과 이불, 귤이 있으면 천하무적이지. 그렇게 종일 먹고 자고 누워있었다. 책은 손이 닿는 대로 조금씩 봤다.


거실에 나와있는 책이 어림잡아도 50권은 될 것 같다. 책 좀 치우라던 아내는 이제 포기를 한 건지 요 며칠간은 책 치우라는 말도 하질 않았다.


그중에서 주로 본 책은 만화책이다. 글은 잘 읽히지 않았다. 음악도 거의 듣질 않았다. 요즘엔 음악을 들으면 글을 써야 하니까. 그러니까 온전히 쉬는 시간을 보낸 셈이다.


올해는 안식년을 보내야지, 책을 목표로 하는 글을 쓰지 말아야지. 3, 4월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해의 마지막 달, 삼사월의 생각이 무색하게도 다시 글을 쓴다.


지난 금요일에는 원고지 570매의 초고를 출판사에 보냈고, 또 다른 출판사에 보낼 샘플 원고도 써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책이 될지도 모를 글들.


다시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안식년이 영원히 이어지진 않을까 싶기도 했다. 쓰고 싶은 마음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쨌든 안식년을 무르고,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이야기도 남겨둔 채 다른 글들을 쓰고 있는 연말이다.


오늘은 종일 누워있었으니 내일은 좀 움직여야지. 화장실의 전구가 나갔으니, 내일은 전구를 사다 갈아야지. 머리가 가려우니까 일어나자마자 머리를 감아야지. 거실에 나와있는 책중에서 당장 읽히지 않을 책은 좀 치워야지.


계획했던 일을 온전히 하려면 잠들어야 할 텐데, 너무 오래 누워있어서, 쉬이 잠이 오질 않아서, 새벽에 또 이렇게 중얼중얼...


(월요일 새벽 3시쯤, 자다 깨서는 인스타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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