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타나토스

by 이경


타나1.jpg 이지현 <펜션 타나토스>



PC통신 유니텔 유머동호회 <하얀이와 반달눈>에서 만난 야오 이지현 누나의 책이 나왔다.

제목은 <펜션 타나토스>


살면서 큰 영향을 끼친 집단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는 유니텔의 흑인음악동호회 <Word Up>과 유머동호회

<하반>이 있겠다. 그냥 그 시절 pc통신 자체에 몰두해 있기도 했고.

어느 정도냐면, 얼마 전 싸이월드 로그인 가능하다고 해서, 로그인 시도해봤는데... 싸이월드 아이디에 쓴 이메일 계정이 유니텔일 정도.


야오 이지현, 하면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옛적부터 웹툰을 봐온 사람이라면 치매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소풍>을 알지도 모르겠다. 보면 높은 확률로 눈물이 나오는 만화.


소풍.jpg 이지현 <소풍>




지금도 미스테리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하반 시절에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한 100명은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뭐하고, 나 같은 애가 글을 쓰겠다며, 책을 내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책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는 유머 동호회 출신답게 재미난 글을 한 번 써볼까, 엣헴, 하고서 쓴 책이니까, 역시 내게 하반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런 미스테리 속에서 야오 지현 누나는 하반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꾸준히 나에게는 만화가, 아티스트의 느낌을 주는 사람.


하반 시절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먹여주고 재워주는 누나, 형들이 좀 있었는데, 화곡동에서는 지현 누나가 그 역할을 했다. 아무 때나 가도 늘 하반 형 누나들이 있었던 아지트 같은 곳.


나도 지현 누나네서 신세를 좀 졌는데, 누나 앞집인지 윗집인지 아랫집은 당시 무슨무슨 보살이 하는 점집으로 기억한다. 아무것도 없는 밤 시간에 고양이가 눈을 휙휙 돌리면, 앞집에서 귀신 왔는가 보다, 하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펜션 타나토스>는 동반 자살을 위해 사람들이 펜션에 모였다가, 누군가 살인을 당하자, 다시 살아보고자 하는 주인공의 고생 이야기인데,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나오는,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책이니까능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네네.


2021 만화독립출판지원사업 선정작이고 도서출판 이숲에서 영업과 유통을 맡았다고.



책 이야기보다 지현 누나 이야기를 좀 더 할 수밖에 없는데, 누나는 나이 50도 전에 간암이 왔다가, 다 낫고 잘 사는가 싶더니 유방암이 와서, 최근까지도 투병 이야기를 페북에 올려준다.

<펜션 타나토스>는 간암 판정을 받은 이후에 그린 작품이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역시 아티스트는 뭔가 다르구나 싶다.

누나는 유방암 투병을 하면서는 항암 부작용으로 몇 개의 손톱이 빠진 채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손톱 조금만 바짝 잘라도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나는 누나의 정신력에 그저 리스펙트.


올해 유독 누나가 좀 많이 보고 싶어서, (지현 누나는 전주에 있다.) 어느 날인가 누나에게 메일 주소를 물은 적이 있는데, 몇 번 메일을 쓰려다가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지현 누나에겐 부치지 못한 편지가 생긴 셈인데, 이렇게 연말에 누나의 작품을 책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


누나가 건강하게 지내면 좋겠다.



타나.jpg


누나 작품에는 하반 사람들이 간혹 등장하는데, 책의 에필로그에 악플(?) 비슷한 걸 다는 사람 아이디가 '크레이브'다. 이거 난가? ㅋ (내 각종 아이디에는 crave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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