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와 불타는 복수심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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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즌에는 역시 문청들의 커뮤니티를 들락날락거리며, '작가병'과 '내글구려병'에 걸린 양면적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꿀잼, 허니잼, 개꿀잼, 도리도리잼잼이다.


커뮤니티에서 작가 지망생들의 간절함과 한심함이 같이 묻어 나오는 글을 보면서 때로 응원을 하게 되면서도,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신춘문예에 글을 보내는 사람들의 목적이 출간인지,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함인지, 아니면 진짜 그저 '등단'만을 위한 것인지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이들은 대체로 '등단'과 함께 찬란한 미래를 꿈꾼다. 등단하면 문예지나 출판사로부터 청탁을 받게 될 거라며 미리미리 등단작 이후의 작품을 써놓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 커뮤니티에 가서 나는 찬물을 끼얹는다. 문청 선생님들, 익스큐즈미, 그거 아세요, 김금희 작가는 등단하고 5년간 청탁이 없었대요, 말하면 이들은, 구라 치지 말라며 급발진의 욕을 박거나, 김금희가 누구야 하는 식이다.


뭐 김금희를 모를 수도 있지.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여하튼 이들은 보통 '등단'이 꿈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라서, 똑똑 여보세요, 저기요, 등단 목적이 책 내시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출판사 투고해보는 건 어때요, 아 물론 詩를 투고해서 시집을 내기란 너무 어려울 테니까, 시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소설, 소설 쓰는 거 어차피 책 내려고 쓰는 거 아니에요? 요즘 신춘문예가 뭐 예전처럼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출판사 투고도 해보시죠? 라고 말하고 싶어도, 역시 이런 말은 신춘문예에 뽑힌 사람이 해야 설득력이 있는 법이고, 내가 해봐야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문청들에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신춘 등단을 하고 싶은 지경이다. 아아, 서럽다!


물론 나도 신춘문예에 글을 보내본 적이 있기야 있다만, 매년 뽑히는 신춘 등단자 중 책을 내고,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꾸준히 글을 쓰고 작품 활동을 하는 자들은 10% 정도가 아닌가.


나는 매년 신춘문예 발표 나면 작품들은 안 읽어도, 당선소감은 읽어본다. 신춘에 뽑히는 작품들은 대체로 재미가 없는데, 당선소감은 훨씬 밀도 높은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깔깔깔.


아, 당선 소감 쓰고 싶어서라도 역시 신춘 등단을 하고 싶다. 나 당선 소감 진짜 잘 쓸 자신 있는데. 서럽다!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을 계약하고서 커뮤니티에 쫄래쫄래 가서는, 얘들아 얘들아, 나는 투고로 책 세 권 계약했어, 3년 간은 매년 출간을 하게 됐어, 했더니 축하를 해준 이들도 있었지만, 역시 누군가는 구라 치지 말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글을 얼마나 엉망으로 쓰길래 3년 동안 책을 3권 쓸 수 있냐고 했다. 깔깔깔. 몇몇 문청 커뮤니티 회원들의 마인드란 기본적으로 자기가 쓴 글 말고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나에게 얼마나 엉망으로 쓰길래 연달아 책을 내냐 했던 이는 얼마 전 부크크에서 엄청나게 촌스러운 표지의 시집을 냈던데.


10년 전 리드머에 내가 쓰던 글이 엉망이라며 비웃던 어떤 이도 부크크에서 팔리지 않는 평론집을 냈던데.


드래곤볼 모으면 신에게 부크크 없애달라고 빌 거야. 몇몇 작가 지망생들은 평생 그 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칸예 웨스트의 <뜨루 더 와이어>를 들으며 나는 복수의 칼날을 갈며 묵묵히 궁둥이를 붙이고, 글을 쓰는 것이다.


철사에 턱주가리가 뚫렸음에도 랩을 했던 칸예 웨스트처럼, 죽을똥 살똥 하면서도 손가락을 우두둑하며, 타이핑을 하는 것이다.


내가 진짜 유명해지면, 나에게 출판사는 책을 만드느라 큰돈을 투자하니까 1쇄 인세는 없는 걸로 하자며 대차게 개소리했던 출판사가 어딘지, 다 까버릴 거야. 복수는 나의 힘.


깔깔깔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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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거 다 농담입니다.

괜히 칸예 <뜨루 더 와이어> 들으며 떠들어봤습니다.

저는 복수 같은 거 모르는 착한 사람.

초등 5년 때 착한 어린이 상을 받은 착한 사람.

모든 신춘문예 문청들을 응원하는 사람입니다.

그저 저는 소설로 첫 책을 냈지만 신춘 출신이 아니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써보는 글일 뿐...

복수는 나의 힘이 아닌, 열등감으로 글을 쓰는 사람, 그게 바로 나야 나...


그래도 드래곤볼은 모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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