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른이 되는가, 자문할 때 몇 가지 답이 있는데 개중 하나가 '식당에서 혼자 밥 처묵처묵 할 때'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MZ세대인지, 젊은 세대인지, 90년대생이온다 세대인지, 여하튼 하여튼 나보다 젊은 친구들은 혼밥도 잘하는 것 같던데, 다들 일찍이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다.
나는 여전히 혼자 식당에 가서 밥 처묵처묵 할라치면, 식당에서 혼자라고 싫어하는 거 아닌가, 눈치 주는 거 아닌가, 그런 눈치 받을 바에야 굶고 말지 쳇, 하면서 식당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하다가, 밥때를 놓치고, 굶주린 배를 움켜쥐다가 정말 뒤늦게서야 아이고, 배고파, 혼밥이라도 좋으니 어디라도 들어가서 밥 먹어야지, 하고 들어가면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기도 부지기수, 이러니 정말 혼밥은 이래저래 어렵다.
그런 내가 오늘은 어른 흉내 낸다고 혼자 제일제면소 가서 신메뉴 돼지구이비빔국수를 처묵처묵하고는 책 구경하러 영풍문고에 들렀다.
낮에 최승자 시인 산문집 알라딘에서 주문하려고 보니까, 12월 16일인가 출고로 뜨던데, 아마 초도 입고분이 다 팔린 거겠지? 승자승자 최승자 파워.
결국 혼밥 하고서, 영풍에서 책 구경하다 최승자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는 이야기. 아직 비닐도 안 벗겼다. 집에 가서 읽어야지. 얼마나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가 담겼는지.
최승자 시인은 이름도 어쩜 승자일까. 최 씨 고집 똥고집이라던데, 똥고집 부려 승리자가 된듯한 얼굴이 표지에 실렸다.
주름은 주글주글, 흑백의, 담배 연기. 사진 주변으로 세월세월세월, 고난고난고난, 힘듦힘듦힘듦, 같은 단어들이 두둥실 부유하는 것만 같다.
최승자 시인의 요즘 거처는 병원인가 보다. 표지의 모습처럼 여전히 담배를 태우시려나. 표지의 저 나이까지 담배를 태우는 것도 어쩐지 승자처럼 느껴진다.
애연가 행세하던 나는 보자보자, 3월부터 금연 했으니까능, 삼사오륙칠팔구십십일십이, 10개월째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구나. 쳇, 나도 태우고 싶다 담배. 밥 처묵고 식후땡 생각나면 일부러 스모킹 아레아를 지나쳐가며, 간접흡연 흐읍흐읍한다. 낄낄낄.
세상에 이런 머저리가 없다능. 머절머절 이멀전시.
최승자는 승자승자 최승자인데, 나는 담배한테도 져버린 패자패자 이패자 같다.
한 때 최승자 시인은 소주 말고는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았다고 하던데, 나와는 달리 혼술 혼밥도 잘하는 어른어른이겠지.
글쓰기에 있어서도 나한테는 좀 어른 같은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