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교회를 지나가는데 현수막이 달려있어서 읽었더니,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 내용이, 교회 내에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교육을 금지하려는 차별금지법은 교회를 차별하는 것이니까 시행을 금지시켜달라 하는... 후우 맞게 썼나. 금지를 금지하고, 차별을 차별하고 이러니까 혼란하다 혼란해.
뭔가 강한 부정은 긍정, 부정에 부정이 더해지면 대긍정, 부정 부정하다 보니 생각나는 모정, 이래저래 바로바로 해석이 안되고 아아 뭐라는 거지, 하고서 생각을 하게 되는 문구였다.
한마디로, 교회 입장에서는 동성애는 죄악이니까, 교회에서 동성애 하지 말라는 교육을 할 건데,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그런 교육을 못하게 되니까, 차별금지법 때려치워라, 하는 내용이겠다.
차별금지법 관련해서 깊게 파고들면 몹시 머리가 아파서, 나는 아주 살짝 생각해보다가, 아아 두통두통 하고서 생각을 피하려고 하는 편인데, 차별을 금지한다,라고 말하면 반대쪽에서는 표현의 자유, 또 다른 차별, 소수를 위한 다수의 차별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다분히 많이 만들어져서 역시나 아아 두통두통 하고서는 생각을 멈추게 된다.
나는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고, 교회도 안 다니는 무신론자이지만, 교회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거 약간 언어 감수성처럼 단어에 대한 생각과 해석에 따라 서로 간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차별과 역차별 역역차별 차차별 차차별별 별별 상황이 다 생기기 때문.
차별금지법을 인터넷에 쳐보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률'이라는데, 그럼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차별해도 되는 건가, 그건 진짜 차별 아닌가, 싶고... 역시 두통두통 편두통.
김훈 <연필로 쓰기>였나. 요즘에는 개를 개라고 부르면 무식하다는 소리 듣는다고, '반려견'이라고 불러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글이 나오는데, 나는 이런 문장 보면서 차별금지법이 떠오른다.
울회사 바로 옆이 학원인데, 원장 쌤이 매일 개를 데려온다. 건물 내 애완동물을 못 데려오게 되어있는데도 그렇다. 뭐 개가 있는 건 상관이 없는데 이노무 개가 몇 년을 함께 했으면 사람을 알아볼 법도 할 텐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그렇게나 짖어댄다. 그러면 나는 깜놀깜놀, 아이고 원장님,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주세요오오오오오 하는 속마음이 있더라도 애써 감추고서는, 선생님의 반려견께서 오늘은 무척이나 건강하게 울어대는군요, 하는 거다. (사실은 원장쌤에겐 아무런 말도 안 함.)
이러면 건물에 개를 못 들이게 하는 건물 측이 개에 대한 차별을 하는 것인지, 건물의 입장을 무시하고 개를 데려오는 원장이 잘못하는 것인지, 원장의 개는 봐주면서 다른 개는 못 들어오게 할 때 진정한 차별인 것인지, 누군가의 개를 반려견이라고 부를 때, 실제 반려인이 없는 개는 차별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것은 개차별인지 사람차별인지, 아앜 두통두통.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생각을 좀 하면 바로바로 답을 짠, 하고서 낼 텐데, 나는 머리가 나쁘니까능 조금 생각하다 보면 역시 답이 안 나오고 머릿속에서는 물음표들만 가득가득하다.